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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은 모두의 영역입니다

by 눈항아리

빨래 개기를 하루 거르니 많이도 쌓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가볍습니다. 가족들을 부르면 누구든 거실의 빨래터로 모입니다. 느릿하지만 오기는 합니다. 아이들에게 도움 청하는 일이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왜 그동안 가족들에게 집안일을 나누는 것이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림은 주부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한 건 아닐까요? 처음 빨래 개기를 시작할 땐 마음 수련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아이들의 모든 빨래를 내가 다 정리하겠다 마음먹었지요. 빨래 하나를 못 개갰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생겼습니다. 마음을 다잡으며 매일 빨래를 개니 어느 순간 가족들이 옆에 있었습니다.

싱크대를 마구 어지르며 누군가 음식을 하고 있으면 내 영역에 누군가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 느껴보셨나요? 저만 그런가요? 이제는 조금씩 그런 영역 구분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동의 공간. 가족 공동의 일.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안일을 해! 강요가 아닌, 서로에게 부담이 아닌, 자연스럽게 받아들임. 나의 영역이 아닌 우리의 영역. 우리 집은 우리 공동의 영역입니다. 이제 나 스스로 집안일이라는 영역을 가족 공동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받아들임이 아니라 내어 주는 걸까요? 영역 싸움은 이제 그만.

내 일이라고 고집하던 일을 내려놓기.

“자 모두 모이세요. 빨래 갤 시간입니다. ”

빨래산이 금방 사라졌습니다. 놀랍습니다. 모두의 힘은 대단합니다.

마음으로부터 내려놓기. 살림을 내려 놓는 것이 아입니다. 주부의 욕심으로 혼자만 하려고 하지 않기 입니다. 저는 첫 문을 연 것 같습니다.


가족들 누구에게나 집안일의 문을 열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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