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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 없이 고마운

by 눈항아리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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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했다. 빨래가 없다. 주는 것 없이 고마운 것, 소파의 비움은 그런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피로가 몰려오는 때 소파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횡재란 보통 무엇을 얻었을 때 느끼는데 무엇을 받지 않았음에도 소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파가 마음을 전해줄 일이 무어라고.

하지만 소파가 마음이 있다면 기쁜 마음이 드러나는 밝은 얼굴로 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나를 맞아주었을 테다. 말하지 않아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표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소파에게 표정이 있을 턱이 없는데도, 빨래가 없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마음이란 얼굴에 드러나는 법이다. 나에게 특히나 호감을 가지는 중년의 여자 손님은 지난번에 나에게 ‘빨간 머리 앤’ 같다고 했다. 자신이 앤을 무지 좋아하는데 그 앨 닮은 날 만났다며 반가워했다. 나도 앤을 좋아하는데 호호호. 그녀의 호감이 어떤 의미인지 말로 다 전달되지 못했지만 ‘좋다’의 의미가 얼굴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어제는 가게를 나가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더니 건네주었다. 바나나 하나. 받았네 받았어. 뭘 받았으니 좋다고 하네. 호호.

말하지 않아도 않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이런 광고 알면 옛날 사람인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모두를 대하자. 진심이 우러나는 밝은 얼굴로. 손으로 무엇을 건네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진다. 진심이란 그런 것이다.

지난밤 주는 것 없이 고마웠던 소파인데, 아침의 소파는 그저 웃고 있다. 빨래를 가득 안고서 소탈하게 허허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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