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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자란다

by 눈항아리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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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개고 사진을 찍는 자연스러운 현상. 이상한 규칙을 만들어 99일 동안 가족들을 들볶았다. 또 사진 찍는 것을 깜빡 잊었다. 보통 빨래가 나오려면 한참의 텀이 생기는데 잊고 있는 동안 한 무더기의 빨래가 또 소파 위에 쌓였다.

“얘들아 엄마 12시 되기 전에 소파 사진 찍어야 해. 얼른 도와주자! ”

하루가 가기 전에 찍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남편은 진짜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를 도와줬다. 정말 순식간에 빨래가 없어졌다.

‘고마워요 남편. 당신의 손을 움직이면 더 좋겠지만 마음만이라도 고마워요. ’

복실이와 달복이에게 그동안 빨래 개기가 어땠냐고 물었다. 달복이는 정말 싫었다고 했다. 복실이는 괜찮았다고 했다. 나는 복실이도 달복이도 자신의 빨래를 갤 줄 알게 되어 대견하다고 했다. 자신의 빨래를 개주니 엄마에게 많이 힘이 되었다고도 했다. 달복이는 괜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나 혼자 할 일이라 생각했다. 마음수련이라 생각하고 일체의 도움을 바라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사리 손 하나가 더해졌다. 느린 손이 빨라지고 나와 보조를 맞췄다. 어느 날은 나 대신 빨래를 개주기도 했다. “엄마는 아프니까 쉬어.”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함께’의 의미가 무언지 <태산을 옮기다>를 진행하며 마음으로 배웠다.

복동이, 복이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복동이는 큰 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휘를 잘한다. 엄마가 참여를 안 할 때도 빨래 분배를 깔끔하게 해냈다. 꼬마들도 자신의 빨래 개기를 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밀고 나간 것도 복동이였다. 추진력이 좋다. 가장 크나큰 발전을 보인 것은 복이다. 드디어 세탁기와 건조기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정말 크나큰 발전이다. 이제 자기 것만 꺼내지 않고 통에 든 모든 빨래를 꺼내온다. 나의 심부름도 덩달아 많아지기는 했다. 집안일 일정 부분 복동이와 복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 늘 고맙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버튼을 배웠으니 세탁 실전에도 투입하기 위해 세제는 통으로 바꿨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의외로 세제를 얼마나 넣느냐였다. 들이부으니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복동이와 복이를 불러다 통에 붙어있는 뚜껑의 일정량만큼 붓고 빨래를 돌리라 알려 주었다. 세탁기도 건조기도 돌릴 줄 아는 멋진 녀석들! 물론 다음번에 세탁기를 돌려보면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는 느리지만 유쾌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함께 성장하는 멋진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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