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위 빨래를 갠 지 100일이 되었다. 100일은 완전함을 나타낸다는데 완성은커녕 완벽하게 재생산되는 빨래라는 시스템의 생리를 파악하게 되었다.
평생 무한 반복으로 해야 한다. 그걸 받아들였다. 그리고 평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마음과 달리 가족이 함께 할 테니까.
공을 들인 만큼 얻은 것이 많다.
1. 함께라는 가치를 배웠다.
소파 앞 빨래터에서 두런두런. 빨래를 개는 우리는 모이면 더욱 강력해진다. 혼자가 아니었다. 기대도 된다. 우리는 서로 보듬고 격려하고 돕는다. 아플 때 옆에서 함께해 준 가족들에게. 그리고 응원해 준 우리 이웃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2. 사소함이 나를 빛나게 한다.
빨래가 하는 일이다. 번듯하게 옷을 차려입고 나가게 도와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지만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마음에 새겼다. 숨은 살림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사소함은 나를 빛나게 하고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하는 힘이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묵묵히 보내온 사소한 일상이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3. 주부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이었다.
나는 많은 능력을 가진 숨은 능력자였고 한 가정이 앞으로 잘 걸어가도록 지휘하고 도와주는 리더다. 내가 가진 생각이 우리 가족을 이끌어간다. 내 역할과 내가 가지는 생각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 알았다.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4. 빨래 속에 세상의 이치가 들어있었다.
빨래에는 순환이라는 세상의 자연스러운 이치가 들어있었다. 작은 것에 이렇게 대단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백일기도 하는 마음으로 온 힘을 쏟아 빨래 개기에 매진했더니 빨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녀석을 조금은 파악했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빨래에게 세상사, 삶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배운 것 같다. 작은 일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허투루 넘기지 말고 세심한 손길로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작은 모든 것에 삶의 이치가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집안 구석구석 그렇게 사소한 일들 투성이다. 아이고야. 일복이 터진 나는 그렇게 나의 자리에서 삶을 조금씩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