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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순수다

by 눈항아리 Mar 31. 2025

순수란 때가 묻지 않고 깨끗함을 말한다. 복실이는 순수하다.  


바쁜 아침이다. 고등학생 아들을 태울 아빠의 트럭이 출발 준비를 마쳤다. 고등학생은 챙겨 입을 옷이 많다. 평상복에는 좀처럼 없는 와이셔츠 단추를 일일이 꿰어야 한다. 목만 넣으면 입을 수 있는 옷이 그리운 순간이다. 셔츠를 입으면 줄로 된 넥타이도 목에 걸어야 한다. 중앙에 잘 맞춰 쓱 올린다. 겹겹이 옷은 싫어하는 아들인데 이제 세 번째 옷, 조끼를 입는다. 한숨 소리가 거실까지 들린다.


큰형이 옷을 입는 사이 셋째 달복이가 가방을 둘러메고 트럭에 올라탔다. 달복이는 아침에 일찍 가야 하는 날이면 종종 아빠 차를 얻어 타고 간다.


달복이 오빠가 나가니 매일 함께 가던 복실이는 마음이 급했다.

“엄마 우리 아빠랑 같이 가요? ”

설거지를 막 마치고, 이불 정리를 하러 방으로 가고 있었다. 내 머리는 산발이었다. 백만 년 만에 일찍 준비를 마친 복실이가 엄마를 재촉하는 소리로 들렸다.

“엄마 우리 나가요? ”

“그래 나가, 너는 아빠 차 뒤에 타면 되겠네. “


남편의 차는 트럭이다. 운전자까지 총 3명이 탈 수 있다. 복동이까지 타면 만원 트럭이 된다. 자신이 일찍 준비했다고 현관에 서서 나의 준비를 채근하는 아이에게  열불이 나 농담을 했다.


곧이어 첫째 복동이도 현관문을 나선다. 복실이도 큰오빠를 따라 쪼르르 나갔다고 한다. 나는 씻느라 사정을 몰랐다.


“엄마! 복실이가 나갔어. 들어오라고 할까? ”

둘째 복이의 신고로 복실이는 다시 현관으로 소환되었다. 아이는 풀이 팍 죽어 있었다. 서서 기다리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 현관문 앞에 퍼질러 앉았다. 입을 삐죽거리며 뭐라 뭐라 구시렁거렸다. 엄마랑 둘째 오빠가 너무 늦게 준비를 해서 기다리다 지쳤나 보다 했다.


남편의 차보다 15분 후에 우리의 차도 3인을 태우고 출발했다. 절대 늦은 건 아니었다.



출근 후 남편이 말했다. 복실이가 아빠차를 꼭 타야 한다며 계속 트럭 옆에서, 트럭 뒤에서 비키지 않아 한참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순간 내가 농담으로 아이에게 ‘아빠 차 뒤에 타고 가면 되겠네.’라고 말한 게 생각났다.


나는 트럭 짐칸을 생각하며, 아이가 절대 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농담을 한 것인데... 복실이는 아빠가 어떤 차를 끌고 가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트럭이 몇 인승인지 알지도 못한다. 엄마가 타라면 타는 것인 줄 아는 것이었다. 곧이곧대로 믿는 어린이라는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어린이는 순수하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아니다.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다. 상황 판단이 안 되는 순진무구한 아이를 놀리지 말자.


어린이는 순수다. 복실이의 순진무구를 오래오래 지켜주겠다.


엄마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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