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비춰주는 빛이 될 것인가

by 눈항아리


암흑의 밤을 비춰주는 빛이 있다는 건 고마움이다. 어스름이 깔린 밤과 낮의 경계에서 새벽의 불빛을 찾아 더듬거린다.


마당이 훤하다. 가로등은 쨍한 한 줌의 불빛으로 빛의 테두리를 만든다. 빛의 영역에 들어온 시멘트 마당은 안전지대 같다. 등불은 주차된 차량의 테두리를 비추고 지붕 위 소복이 내려앉은 서리를 희미하게 비춘다.


한전에게 감사를! 가로등은 감사다. 멀리서 마당만을 비춰주지만, 나에게도 찔끔 빛을 전해준다.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자는 시간이라 불을 밝히기가 미안하다. 세탁기 소리는 쿵쾅 거리지만 전혀 미안하지가 않다. 세탁기는 돌아가야 하니까. 세탁기와 건조기의 퍼런 불빛을 벗 삼고, 마당에서 가로등이 던진 쨍한 따뜻함에 의지해 불 꺼진 거실에서 페달을 굴렸다. 내 머리 위에서 비춰주는 불빛이 절실하다. 불을 켤까? 고민되었다.


제자리에서 자전거를 달리며 가로등 뒤편,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숲이 까맣다. 어둠은 어스름 밝아오는 새벽의 하늘과 가로등 불빛 사이에서 방황한다. 아침이 가까워지며 하늘과 나무 숲의 경계가 분명해진다. 하늘은 숲에게 제 어둠을 나눠주고 가로등보다 희미한 빛을 온 하늘에 퍼뜨린다. 곧 가로등을 압도하며 서서히 밝아온다. 하늘을 밝음으로 물들이고 세상을 고루 밝혀준다.


한 순간, 가로등이 픽 꺼졌다. 낭만이라고는 없는 녀석. 마당을 비춰주던 작은 불빛은 제 자리에서 밤을 기다린다.


나에게도 있다. 나만을 비춰주는 작은 불빛.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 불빛. 까만 밤 나를 비춰주는 등불이 있다. 그건 고마움이다.


나는 누구를 비춰주는 불빛이 될 것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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