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은 바람을 일으킨다

마이후쉬 아침운동 실내자전거 20분

by 눈항아리

음침한 소나무 숲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고 기다렸다. 달리면서 만나는 일출은 검은 숲과 회색 구름 사이에서 은밀하게 그러나 찬란하게 시작되었다. 불꽃놀이를 보려고 축제 현장 골목을 누비며 하늘바라기를 하던 밤처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날은 이미 밝았다. 뽀얀 아기 구름과 파스텔톤 하늘이 보인 지 오래다. 온 하늘과 땅을 환하게 밝히고도 한참 후, 태양은 주인공처럼 긴 기다림 끝에 숲 위로 둥실 솟구쳤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늘로 빛을 내뿜고 곧이어 검은 소나무 숲에도 강력한 빛을 마구 퍼뜨렸다. 둥근 태양을 고리 모양의 빛무리가 둘러쌌다. 이글거리는 빛의 고리가 빛을 사방으로 퍼다 날랐다. 태양빛은 거칠 것 없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손바닥으로 빛을 가렸다.

태양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빛이 너무 밝으면 피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이제 구경은 그만하고 운동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설설 달린 다리가 풀렸다. 팔 운동을 같이 한다. 비행 모드로 팔을 올리고 내린다. 위로 올리고 내린다. 앞뒤로 흔든다.

정지된 되어있는 공간, 달리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창공을 가른다. 팔을 앞뒤로 흔드니 바람이 느껴진다. 마당 가 밀빛 잔디 사이로 뾰족 올라온 새싹 잔디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참새, 참새를 눈으로 쫓아가다 새와 함께 포르르 날아올랐다. 낮은 창공을 부산한 날갯짓으로 가르며 퍼덕거리다 가볍게 전깃줄에 앉았다. 수다를 떨다 또 금세 날았다.

팔을 빠르게 참새처럼(사실은 참새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저 다리의 움직임에 박자를 맞추며 앞뒤로) 휘저으면 앞뒤로 흔들리는 바람이 느껴진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다. 내가 움직이면 바람을 만들어 낸다. 정지된 실내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은 밖에서만 부는 줄 알았다. 찬바람, 거센 바람, 솔바람, 미적지근한 바람, 뜨끈한 바람, 풀을 눕히는 바람,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밤바람, 바닷바람. 모두 바깥에서 불어오는 것이었는데...

정지된 자전거를 타고 창문 하나 열지 않은 꽉 막힌 공간에서 내가 일으키는 바람을 느꼈다. 밤과 새벽을 거치며 실내에 머물렀던 찬 공기가 팔을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에는 아침 볕의 따사로움이 살짝 묻어 있었다. 다리가 페달을 구르며 내는 사소한 움직임, 팔의 작은 움직임에 주변 공기가 일렁인다.

움직임은 바람을 만든다. 나는 아침을 달리는 사람이다. 정지된 자전거로 실내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새로운 하루’라는 바람을 일으킨다. 그건 변화의 바람이다. 활기찬 내 변화의 바람.

20분 아침운동은 소소하다.
그러나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



내가 움직이면 공기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나는 우리 집 엄마 리더이니까. 모든 가족이 내가 일으키는 바람을 맞으며 움직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아니!

오늘은 주말이니 푹 자라, 푹 자라. 푹 자고 일어나 최대한 늦게 일어나라. 그리고 움직여라,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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