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과 같으나 또 다른 오늘

마이후쉬/ 아침 실내자전거 20분

by 눈항아리

준비운동을 한다.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부터 다독인다. 마음이 움직이도록 밀어준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다. 마음을 굳히기 위해 세탁실을 향해 걷는다.

거실을 가로지르며 다리가 움직인다. 걷기 운동이다.

세탁실 불을 켠다. 밝은 빛을 눈에 담는다. 감각 깨우기 운동.

빨래를 구분한다. 오늘은 까만색을 찾는다. 눈 운동과 인지능력 깨우기.

어둠 속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팔을 뻗어 세탁물을 들어 올린다. 세탁기에 넣는다. 온몸 운동이다.

세제를 넣고, 섬유 유연제를 채운다. 아주 정밀한 운동이다. 액체를 쏟으면 곤란하다.

세탁기 뚜껑을 닫고 팔과 허리, 다리 스트레칭을 한다.

버튼을 누른다. 힘겨운 손가락 운동이다.

핸드폰을 찾는다. 마이후쉬를 켠다. 수색, 탐색 능력 강화.

심박계를 착용한다. 양말을 신는다. 소근육 강화 운동.

새벽의 양말을 대충 안 맞춰 신는다. 짝짝이 양말을 신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선한 운동이다.

드디어 자전거에 오른다. 매일 같은 준비 운동이다. 그리고 매일 같은 창틀 속 풍경을 감상한다. 매일 같지만 다른 그림을 찾는다.

이상하다. 콕 집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뭔가 다르다.

어스름한 새벽을 눈으로 좇으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찾는다. ‘어제’라는 사진을 왼쪽, ‘오늘’이라는 풍경을 오른쪽에 놓은 다음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어스름한 새벽을 눈으로 좇는다. 창틀에 새겨진 풍경을 어제와 대조해 본다. 이상하다 느낀 것은 가로등 때문인가 보다. 매일 켜져 있던 가로등이 꺼져 있다. 내가 늦게 일어났나? 꺼지는 시간이 일러졌거나 애초에 켜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장이면 한전에 신고해야 할까?

하늘을 본다. 아침의 하늘은 태양빛을 품고 온다.

푸른빛에서 밝은 빛으로, 붉은빛에서 푸르스름한 빛으로 변하며 한순간 소나무 숲 위로 둥실 떠오른다. 변화무쌍하니 새벽으로부터 아침에 이르는 시간은 하늘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하늘에 빛이 없다. 잔뜩 흐렸다. 하늘 구석구석까지 짙은 회색 물감을 균일하게 부어 놓은 것 같다. 단 한 번에! 오늘의 하늘빛을 만든 ‘그분’은 귀찮았나 보다. 물감 통을 단번에 부어 일을 끝내시다니. 하늘은 어두운데 땅은 어제와 같이 밝아지니 신기할 뿐이다.

태양 아래 구름의 그늘에서 맞는 아침, 어제와 같으나 또 다른 오늘이다. 오늘의 아침을 열었다.

나를 깨우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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