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 의미 없어

4월 26일 핸드폰 일기

by 눈항아리

핸드폰을 3시간 쓰기로 약속했다.

3시간 16분 이용했다. 번듯한 숫자가 말하는 건 성공일까?


10시 50분

핸드폰으로 유용한, 생산적인 그 무엇도 안 했는데 7분이 소요되었다. 스크린타임 7분의 의미 무얼까?

글을 쓰는 메모장은 남편의 것을 사용한다. (으하하하) 책 읽기도 남편의 태블릿을 사용한다. 내 핸드폰 시간을 줄이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우선은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줄이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으나...

무심코 책상 위에 놓인 아이의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다. 아이에게 문자와 전화를 부탁했다. 내 핸드폰 요금을 줄이기 위한 이상한 전략 같다. (내 요금은 그것 사용한다고 더 나오지 않는다. ) 꼼수가 대단하다. 그러면서 나는 외친다. 시간은 금이다. 3시간 파이팅!


13:24


시계를 무한 찾아보는 나. 사실 시계가 아니고 핸드폰이다.

그래도 잘 참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 머무르는 자리에 미끼를 하나 둘 놓았다. 책을 놓았다. 공책과 펜을 놓았다.


내 핸드폰은 버리고 다닌다. 딸아이는 학교, 학원이 끝나면 전화를 한다. 딸아이의 애교 섞인 문자는 남편이 내 핸드폰으로 처리했다. 나에게 걸려온 전화도 남편이 받았다. 내가 연락이 안 되니 남편이 귀찮아한다. 핸드폰을 두고 다니니 나는 꽤 바쁜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핸드폰을 계속 두고 다녀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17:09

주말에 먹을 요리를 검색했다. 얼갈이를 듬뿍 넣은 고깃국을 검색했다. 필요한 것만 잘 찾아보고 있다.

​​

여전히 글쓰기는 남편의 태블릿을 사용한다. 남편의 아이패드로 다른 걸 무한 찾아보다 딱 걸렸다. 남편에게 10회 제지당했다. 과연 내 핸드폰 시간 줄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핸드폰 이용 시간 3시간 16분. 번듯한 숫자가 주는 쾌감 같은 건 없다. 꼼수를 전략적으로 펼치는 나를 계속 발견하고 있다. 놀랍다. 나는 전술을 펼치는 책략가 같다. ​


밤중에 누워서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보다 잠이 들었다. 핸드폰을 못 본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화면을 못 본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큰 화면으로 본 것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도 억울했던 모양이다. 나의 절친 핸드폰으로 마음 정화하고 푹 잤다. ​


오늘의 핸드폰 약속
2시간 사용 약속
할 수 있다!



사용 시간을 제한하자 약속했다. 최선을 다했다. 다만 내 핸드폰의 사용 시간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내가 제시한 기준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안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위해 최대한의 머리를 짜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눈속임에 불과했다. 뻔히 거짓말이 보이는데도 슬쩍 눈을 감고 못 본 척했다.


나를 속이고 외치는 파이팅이 의미가 있을까? 뻔뻔한 나. 이런 나 중증 정신센터로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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