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일기
4월 27일
농사일을 하며 핸드폰을 볼 새가 있을까. 나는 농사일할 때에도 핸드폰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허리에 핸드폰 주머니를 하나 차고 다니며 심심하면 폰을 열어본다. 산과 들과 하늘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만 볼까, 브런치도 블로그도 마음껏 열어봤다. 2시간 약속하고 4시간 사용했다.
2시간 목표였으나 4시간 26분 사용했다.
3시간이 거의 다 됐다. 폰 금지! 아이패드에 글쓰기도 잠시 쉰다. 그럼 이제 종이책을 볼까? 책을 읽으려는데 전화가 울린다. 오는 전화를 안 받을 수 없다. 달복이다. 목이 아파서 학원을 쉰다고 했다. 문자도 안 쓸 수 없다. 복실이는 학교가 끝나면 나에게 폭풍 문자를 보낸다. 하트를 바가지로 쏟아낸다. 오고 가는 하트 속에 피어나는 모녀 사랑,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핸드폰 사용 4시간이 넘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모래시계를 내 핸드폰에 적용시키자. 시간제한을 걸었다. 블로그, 브런치, 메모장 등 각각에 시간을 지정해 놓을 수 있다. 블로그에 1시간, 브런치에 1시간, 유튜브에 5분을 걸어놓았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1시간을 넘어 바로 잠금이 되었다. 회색으로 변하며 잠금이 된 앱을 보며 한두 번 주저하게 되었다. 그러나 몇 번을 마주하니 클릭하게 되었다. 터치 한 번으로 다시 열리는 세상을 얼마나 무시할 것인가 묻는다. 오호라! 1분 무시도 있다. 잠깐 확인만 하자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얼른 숫자만 보고만 나왔다. 그러나 이 행동이 반복되었다. 다음번에는 1분은 없었다. 15분이 있었고 아예 무시할 수 있었다. 시간제한의 효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그렇게 핸드폰 사용시간은 4시간이 넘었다. 반성하라! 아이패드와 핸드폰의 총 사용시간을 더하면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 유튜브는 확실히 줄긴 했다.
시간제한 모래시계 1분을 가볍게 무시했다. 15분 알림도 무시했다. 15분 후 알람을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핸드폰은 종일 몸에 지니고 다녔다. 8시가 되어서야 뒤집어서 멀리에 두었다.
1시간 제한에 걸려 브런치에 못 들어가자 로그인된 앱으로 들어가는 길 말고 다른 우회로를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사파리를 통해 들어갔다. 또 남편의 아이패드에서 무한 스크롤 질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인간의 욕망이란, 욕심이란, 갈망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핸드폰과 아이패드를 책상 앞에 두고 사용하면 핸드폰을 두 배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이라는 거대한 두 덩어리를 마주하고 나는 종일을 산다. 끊을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미궁에 갇혀 헛되이 맴돌고만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다.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