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으로 우쭐대더니 꼴좋다

by 눈항아리

글을 쓸 때는 앱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도 아무 소용없었다. 모래시계는 간편하게 무시했다. 남편의 태블릿보다 내 것이 편하다, 종이보다 메모 앱이 편하다, 메모 앱보다 브런치 하얀 화면, 블로그의 하얀 화면에 바로 글을 쓰는 것이 더 편하고 효과적이라는 등의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었다. 종이에 쓰거나 메모 앱에 써서 옮기면 오탈자나 문맥의 옳고 그름을 한 번씩 더 살필 수 있겠지만 왠지 글이 잘 안 써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랬다. 그런 변명들을 댔다. (변명은 끝이 없다.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


글만 썼으면 말을 안 한다. 글을 쓰다 심심하면 다른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공감에 심취하고 조회 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아직) 유튜브에 한해서 모래시계는 아주 유용했다. ‘나는 유튜브 안 보는 사람이다. 하하하.’ 이런 우쭐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핸드폰에 심취해 폭풍 글짓기를 할 때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유튜브에 심취해 있을 땐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기를 바라는 건 나와 같을 테다.


내가 핸드폰을 사용할 땐 아이들에게 아무 말 안 한다. 내가 핸드폰을 안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핸드폰에 취해 있다면, 내가 핸드폰을 못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나를 쏙 빼놓고 저희들끼리만 핸드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소리를 치는 나를 발견했다. 아주 강력하게 핸드폰을 그만 보라며 화를 냈다. 차 안에서 나는 운전을 하니 절대 핸드폰을 볼 수 없어서 억울했을까. 그래서 더 화를 냈는지도 모르겠다. 운전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큰소리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퇴근 후 늦은 시간 나는 잠이 와서 거의 눈이 다 감겼는데 복동이는 숙제를 한다더니 핸드폰 삼매경이었다. 당장 치우라고 큰소리쳤다. 나만 빼고 핸드폰을 보는 건 도저히 봐줄 수 없다는 듯 나는 그렇게 유치하고 치사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안 본다고 으스대던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타의 모범이 된다더니 모범은 무슨. 핸드폰 보는 아이들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하든지...핸드폰을 둘러싼 내 마음은 뒤죽박죽이었다.


5월 2일, 핸드폰 사용 시간은 6시간 24분이었다. 그래도 유튜브만은 안 봤다고 뻐겼다. 바로 그다음 날인 5월 3일 드디어 모래시계를 무시하고 유튜브를 마음껏 봤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무너졌다.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음 한 자락이 거센 급류에 휩쓸려가듯 순식간에 무너졌다. (믿고 있었던 유튜브였는데 너마저!)


그 후로 언제나 수시로 핸드폰을 켰다. 앉으면 한 번, 뒤돌아서면 한 번, 시간을 보려고 한 번, 알람이 오면 또 한 번, 보고 싶어서 보고 또 보고 돌아서서 보았다. 잠깐이 5분, 10분, 30분, 몇 시간이 술술 넘어갔다. 강둑 한 곳이 무너져 강물이 한꺼번에 범람해 들어오듯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급기야 일기장에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5월 8일 제목이 가관이다. <어버이날인데 한 번만 봐줘라>

내용을 보자면 더 가관이다.

행복한 어버이날인데 선물로 줬다치자. 엄청 마구 사용했다. 심지어 유튜브도 봤다. 마음껏 모든 앱을 열어서 글을 썼다.

그러고 끝에는 늘 변명을 늘어놓는다.

글에 심취해서 그렇다. 특별히 재미있는 날이 있다. 똥이 주제여서 더 그랬다.

어이가 없다.


실패를 인정했을까? 절대 아니다. 거짓에 거짓을 입히고 그럴듯하게 꾸며댔다. 핸드폰을 보지 않기로 한 식탁에서 실컷 핸드폰을 보다 재빠르게 치우고선 복이에게 그랬다.

“식탁에서 핸드폰 보지 마!”

그러자 복이는 얼른 핸드폰을 식탁에서 들고일어났다. 일어서서 계속 핸드폰을 봤다. 우리는 모두 중증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꼼수를 아이들도 다 안다.


그렇게 유튜브의 모래시계 시간제한 기능을 무장 해제하고 며칠 신나게 핸드폰을 사용했다.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5월 13일 핸드폰 총 사용 시간은 6시간 29분이다. 그중 소셜 미디어는 4시간 59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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