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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컵 온실

옥수수 발아 성공

by 눈항아리


플라스틱 컵의 온실 효과는 대단했다. 드디어 옥수수 싹이 올라왔다!


맨 땅에 꾹꾹 눌러 심은 350개 중 플라스틱 컵을 씌운 곳에서 먼저 새끼손가락 반 만한 싹이 삐죽 올라왔다. 심은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옥수수 심은지 일주일도 안 되었건만 싹이 안 나온다고 땅을 파보기도 하며 걱정을 했었다. 추운 날씨 타령을 하고 씨앗이 오래되어 그렇다 짐작도 해 보있다. 걱정이 무색하게 어느 날 부쩍 자란 모습으로 움튼 새싹. 하루 이틀새 얼마나 자란 것인지 풀보다 큰 키가 놀랍기만 했다. 움튼 새싹이 보고 싶어 출근하다가도 차창을 내리고 멈춰 서서 한 번씩 흙밭을 바라보았다. 한 줄로 늘어선 옥수수를 보며 얼마나 뿌듯하던지 멀리 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밭을 눈대중으로 훑어보고 출근하곤 했다.

비닐 멀칭도 제초매트도 없는 맨 밭에 옥수수만 올라오면 좋겠으나 세상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눈곱만 한 풀이 마구 올라온다. 기다란 쇠스랑으로 박박 긁어줬다. 눈곱만 한 풀이야 뭐 식은 죽 먹기다. 다른 줄 옥수수도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풀 보다 먼저 자라야 하는데... 옥수수 심고 삼사 일만에 아기 풀들이 자라 초록 밭이 되었다. 그나마 한 줄 싹이 난 옥수수가 위로가 되고 있다.



2주일째 컵 온실의 옥수수 싹은 대부분 올라왔다. 타 죽을까 봐 미니 온실을 모두 벗겼다.

맨땅에 그냥 심은 옥수수도 새싹이 간혹 보인다. 자세히 보면 찾을 수 있다. 손톱만 하던 풀은 이제 손가락 길이로 자랐다. 옥수수도 풀과 같은 크기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풀과 옥수수가 비슷하게 생겼다. 분명 일주일 전에 풀을 맸는데! 안 맸던가? 컵온실 쪽만 매 줬던가?


풀밭에서 옥수수 찾기 시간이다. 그나마 줄을 띄워놔서 다행이다. 줄 근처는 밟으면 안 된다. 나는 절대 밟지는 않았다. 풀만 밟았다. 밟은 풀이 옥수수인지 풀인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옥수수를 찾아라!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보인다. 하하. 그리고 사력을 다해 구했다. 곡괭이질, 쇠스랑질을 하다 몇 뿌리가 땅에서 살짝 분리되기도 했다. 파낸 옥수수는 얼른 다시 심어줬다. 아무도 못 봤다. 설마 때린 것도 아닌데 죽지는 않겠지? 모종도 결국 이렇게 심는 것 아닌가! 정신없이 풀을 매다 보면 땅 속에 있어야 할 옥수수 알갱이가 세상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호미 들고 앉아서 차근히 풀을 매걸 그랬나... 옥수수 알갱이에서 하얀 더듬이 같은 싹이 슬쩍 보여 또 얼른 덮어줬다. 분명 잘 자랄 거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하.



풀밭이 되었던 옥수수 밭을 말끔히 정리했다. 그 여새를 몰아 밭 주변 풀 정리를 했다. 나는 내가 인간 제초 기계인 줄 알았다. 낫을 얼마나 잘 휘두르는지 예초기만큼이나 빨랐다. 그렇게 옥수수 밭 주변에서 일요일을 불태우고 뻗어 버렸다.


3년 된 옥수수를 심고 2주일째, 컵온실의 발아율은 약 80퍼센트, 맨땅에 심은 옥수수는 40퍼센트 정도 올라왔다. 기다리면 늦게라도 올라오는 녀석들이 더 있을 것 같다. 기다릴 것인가 땜빵을 할 것인가.


그렇게 일요일을 알차게 보내고...


월요일 출근한 우리는 깜짝 놀랐다. 가게 마당 한쪽에 만들어둔 옥수수 모종이 일주일 만에 100퍼센트 발아했다. 모종을 만드는 이유가 있었다. 온도, 습도 조절에도 용이한 모종 만들기!


그런데 컵온실에서 일주일 만에 발아한 새싹보다 작다. 하하, 역시 나의 선택이 옳았다. 땅 온도가 한몫해주는 것일까.



남편은 옥수수 포트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었다. 모종판만 구비한 것도 아니었다. 컵온실을 교훈 삼아 우리의 모종 만들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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