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꽃이 아름다워

by 눈항아리

무더운 여름을 맞았다. 6월인데 벌써. 헉헉대는 한여름의 열기가 느껴진다. 날이 더워서 그런 걸까, 장미가 꽃잎을 떨군다. 물이 없어서 그런가? 화단의 꽃에게도 물을 줘야 하는 걸까? 물 한 번을 안 뿌려줘서 저리 기운이 없는 걸까? 질 때가 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옅은 자주색으로 말라가며 쪼그라드는 꽃잎에서 원숙한 계절의 향기가 느껴진다.


지는 꽃이 왜 아름다워 보일까. 안 보이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니 당혹스럽다. 맥없이 축 늘어져 말라비틀어진 꽃이 무어 볼 것이 있다고. 한창 필 때 오가며 장미 담장 아래에 멈춰 사진을 찍어대던 사람들도 이제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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