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둘만의 바다 데이트

by 눈항아리

막내 딸아이 복실이와 주말마다 하는 데이트에 달복이는 왜 없을까. 밤늦게까지 게임을 해서, 아침 일찍 못 일어나니, 바다를 싫어해서, 나가기 귀찮아하니까 등의 이유를 들어보았지만 궁색하기만 하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짬이 안 난다. 그래도 구하면 나오는 것이 시간이다. 남편에게 통고를 하고 가게를 탈출했다. 탈출하는 길에 달복이를 태우고 함께 날랐다.


생존수영을 하고 힘들 것이 뻔한 달복이에게 전화를 했다. 태우러 간다니 태우러 오란다. 그 길로 아이를 데리고 바다로 갔다. 더운데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며 더운 날에도 잠바를 고수하는 달복이는 30도가 넘는 더위에 날 보자마자 아이스크림을 찾아댔다.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평소 사던 금액에서 1000원이나 더 주고 팥빙수를 골랐다. 의자를 찾아 서성이다 떠돌이 개를 만나 해변으로 줄행랑을 쳤다. 모래밭에 앉아 달복이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는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았다. 달복이는 좋은지 어쩐지 표현은 안 하지만 쉬지 않고 떠드는 입을 엄마 귀가 전부 들어주니 즐거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평소보다 더욱 말이 많아진 아이의 말소리가 아직도 귀에 윙윙거리는 것 같다.


내일은 달복이의 생일이다. 내일은 모두에게 축하받느라 바쁠 것 같아 나는 미리 깜짝 데이트를 준비한 거다. 우리 둘만의 데이트는 참 오랜만이었다. 셋째 아들과의 바다 데이트는 평화로웠다. 가게로 오는 길 달복이가 물었다.


“엄마 안 바빠요?”

“엄마가 엄청 바쁜데 내일 달복이 생일이라고 특별히 시간을 낸 거지.”

나는 안 바빠도 바쁜 척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엄마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골고루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있고 적게 가는 아이가 있다. 큰 아이들은 다 컸다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엄마의 사랑이 안 필요한 게 아닌데 나는 가끔 그걸 잊는다. 꼭 생일이라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한 심리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가진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겁니다.”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때, 7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늘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많이 퍼줄 수 있다.


그럼 나는 누구에게 온기를 받지? 바닷가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아무 말도 않고 달복이는 팥빙수를 퍼먹었다. 나는 바다를 보고, 사람들을 보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갈매기도 보았다. “달복아 누워봐.” 하늘이 좋아서 달복이에게 권하자 바로 눕는 아이는 팥빙수를 든 채로 누우려고 했다. 쏟아지려는 빙수 때문에 달복이는 끝까지 쉬지 않고 살살 녹여서 팥빙수만을 먹었다. 나는 그저 아이와 나란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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