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고 해놓고 찔끔 왔다. 비는 매 놓은 고랑의 풀뿌리를 살려놓을 정도로 흙을 살짝만 적셔 놓았다.
어제 풀을 다 맸는데 고랑이 초록 일색이다. 깜짝 놀랐다. 하루 만에 새로 풀이 난 줄 알았지 뭔가. 풀은 뜨거운 햇볕에 마르기 전에 물을 먼저 만나 생생하게 살아 있다!
동네 감자밭 길가에 물 주는 경운기도 비가 온다고 하여 모두 퇴장했는데 비가 내리다 말다 한다. 비가 온다더니 밀리미터도 표시 안 될 만큼 조금 왔다.
논에 물이 모자라 벼가 안 자란단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농부는 논두렁에서 종일 지킴이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꼬를 제 논으로 돌리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다. 벌써 농업용수가 부족한가? 지난해에는 댐 수위가 바닥이라 농업용수에 이어 생활용수까지 걱정해야 했다. 다행히 제한급수 전에 비가 내렸지만 물이 안 나올 거라는 소식에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안 나오면 씻고 세탁하고 설거지하는 물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인가.
살짝 내린 비가 화단을 촉촉하게 적셨다. 빗물 머금은 달팽이 한 마리가 풀숲에서 기어 나와 시멘트 길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복실이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나도 궁금하다. 달팽이는 알까?
적은 빗방울에도 풍족한 녀석들은 좋겠다. 비가 주룩주룩 와야 사는 녀석들은 찔금거리는 비에 목이 탄다.
목이 바짝 타 마르기 전에 물을 아끼자.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무심코 틀어놓지 않겠다. 따뜻한 샤워기로 비 맞기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들에게 일침을 내려야겠다. 몸소 아침 식사시간에 ‘가뭄교육 연설 현장’을 방문해야지.
연설자 : 눈항아리, 장소 : 밥상머리
절대 잔소리의 현장이 아니다. 교육의 현장이다.
달팽이처럼 소소한 물줄기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얘들아, 샤워는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