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들어온 파리 한 마리. 창문을 열지 않으니 누군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슬쩍 끼어 같이 들어왔겠지. 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왔겠지. 웽웽거린다. 성가시다. 모기도 아닌데 왜 귀 옆에서 날아다니는지, 똥파리의 탈을 쓴 모기가 아닐까?
똥파리 치고는 아담한 크기. 엉덩이에 괴력의 소리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걸까? 오토바이 부르릉 거리며 내는 굉음을 쏟아낸다. 과연 그 대단한 엉덩이는 거뭇하고 황금빛이 도는 청록색 빛깔이다. 얼마나 빵빵한지 파리의 기운이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번쩍이는 외모를 닮아 날쌘 움직임을 보라. 눈으로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를 자랑한다. 내 머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복실이 머리를 한 바퀴 돌고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사라졌다가 달복이 귀 옆에서 앵앵 소리를 내다 냅다 도망친다. 복실이는 무섭다고 기겁을 하며 졸아있다. 잡아! 달복아 파리채! 손바닥만 한 파리채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첩성과 현란함을 모두 갖춘 최적의 비행사 파리다. 파리의 비행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전투 비행술을 전수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우리를 약 올리고선 저 멀리 밥통 위를 날아다닌다. 그렇게 내 방에 현란한 파리 한 마리를 남겨두고 퇴근했다. 퇴로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출근하자마자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나를 맞아주는 게 아니라 신선하고 뜨끈한 아침의 공기가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밤새 초 열대야였다. 달구어진 시멘트 얇은 외벽은 밤새도록 후끈한 열기를 가두고 있었을 테다. 그러나 파리는 쌩쌩했다.
본격적인 파리 퇴치 작전이 시작되었다. 무기는 어제 준비한 손바닥만 한 파리채가 전부다. 내 머리 주위를 선회하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파리. 어제의 그 작전을 다시 펼치고 있었다. 내가 질쏘냐. 파리가 돌지 못하도록 내 머리와 등을 벽에 갖다 붙였다. 여전히 머리 위에서 들리는 웽웽 거리는 강렬한 날개 소리, 아니 엉덩이에서 나오는 굉음인지도. 파리채를 들고 왼쪽 귀 쪽으로부터 오른쪽 귀 부근까지 빠르게 쳐댔다. 우아한 춤사위를 여러 번 반복했다. 파리는 높이 올라 날갯짓을 한다. 보이지는 않으나 녀석의 소리가 천장에서 울린다. 그러나 역시 녀석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다시 내려와 내 주변을 돌며 위아래로 소리 공격을 퍼붓는다. 자리를 옮겼다. 파리채를 휘두를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유인작전. 냉장고에 등을 대고 파리채를 든 오른팔을 세차게 내려쳤다. 후려치고 내리치고를 반복했다. 팔이 아프다. 파리가 놀랐는지 소리가 멈추는 듯한다. 나는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파리의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허공에 파리채를 마구 휘둘렀다. (내가 만들어낸 거센 바람결 우하하하! ) 거센 바람결에 놀란 파리가 날아오르다 앉다를 반복했다. 눈에 보이는 건 절대 아니고 오로지 파리의 굉장한 비행 소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20여 분 추격이 계속되었고 나도 파리도 지쳐갔다. 파리는 부웅 날아올랐다. 파리도 머리가 있는 건지, 나의 파리채가 일정 높이 이상을 올라가지 못하는 걸 알았던 걸까.
조용하던 녀석이 ‘척’하고 착륙하는 소리를 냈다. 무슨 파리가 발에 철갑을 둘렀는지 착륙하는 소리가 들린단 말인가? 아니면 내 귀가 너무 민감한 거였을까? 파리가 앉은자리가 딱 눈에 띄었다. 파리채를 두 개는 이어 붙여야 닿을 것 같은 높이의 창문이다. 앉았으니 때려잡기만 하면 되는데 높아도 너무 높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녀석을 잡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싱크대 위로 성큼, 위태롭게 올라갔다. 창문에 떡하니 평화롭게 앉아 한숨 돌리는 파리 녀석을 빠른 파리채로! 때리려고 했으나 길이가 짧다. 내 팔이 짧은 것이 아니다. 파리채가 짧다. 그러나 내 파리채는 안테나처럼 늘어난다. 길이를 최대한 늘여 힘껏 내리쳤다. 파리는 창틀로 장렬히 떨어졌다. 침입자 녀석 잡았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앵애, 윙윙, 왱왱, 웽웽. 이 소리가 안 들리니 살 것 같다.
그런데 파리는 과연 침입자였을까? 나가는 길을 찾아 사력을 다해 날아다닌 것은 아닐까? 바깥이 내다보이는 창문에 앉아 그 녀석이 잠시 평온해 보였던 이유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갈망하여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왜 나는 문을 열 생각을 못했을까. 나중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강렬하고 민첩하고 현란한 날갯짓을 오해하지 말자. 그건 나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몰랐다. 갇힌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강렬한 소망이었는 지도 모른다.
평화는 찾아왔고 파리는 잊혔다. 파리의 주검은 창틀에...
파리의 명복을 빈다.
누군가 나와 파리의 결투 장면을 봤다면 그랬겠지. 왜 파리채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냐고.
*내가 잡은 파리는 속칭 우리가 똥파리라 부르지만 실은 금파리라고 한다. 금파리라니! 좀 번들거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금파리라니! 청록빛 금색 갑옷이 좀 멋져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