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은 효도의 시작입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우리 셋째 달복이가 서울에 간단다. 무슨 토론 대회를 간단다. 엄마는 필요 없고 선생님이랑 간단다. 고속버스를 타고 간단다. 첫차를 타고 간단다.
달복이의 서울 구경은 롯데 월드 경험이 전부인데. 5학년 아들은 아직도 길거리에서 엄마 손을 잡고 다니는데. 시내버스도 타본 적이 없는데. 7시에도 겨우 일어나는 아이인데.
우리 달복이가 서울에 간단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대회 출전이라는데 반대할 수도 없고, 토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나는 따라갈 수도 없고, 애타는 어미의 마음을 그 누가 짐작이나 할까. 괜히 쿨한 척 마음을 다스려 본다.
버스 타기 전날 밤 길을 걷던 중, 긴 버스 시간 때문에 목베개가 필요하다는 아이의 말에 지갑도 없이 당장 아이 손을 잡고 다이소로 갔고, 핸드폰 카카오 페이 결제만으로 물건을 샀고, 푹신하고 따뜻한 목베개를 목에 걸어줬다. 아이는 좋아라 하며 뜨거운 밤의 열기를 타고, 흐르는 뜨끈한 바람을 쐬고, 목베개의 온기를 품고, 내 손을 꽉 부여잡고 행복해했다.
새벽 4시 알람을 켜 두고 잠이 들었지만 소리를 못 들을까 또 괜한 걱정에 밤의 숫자가 나타내는 불빛을 대체 몇 번이나 확인한 것인지. 깜깜한 밤만은 내 마음을 알아주어 심란한 가슴을 흔들어 잠을 깨웠다. 계속 깨웠다. 열두 번은 더 깨운 것 같다. 나는 서울에 가지도 않으면서 왜 밤잠을 못 자도록 뒤척이는지, 아들은 서울에 가면서 왜 쿨쿨 잠을 잘도 자는지.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이번에는 무려 셋째인데 나는 왜 그리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인지. (나중에 넷째 딸은 대체 어찌 손을 놓을 것인지...) 첫째도 둘째도 멀리 보낸 첫 번째 기억이 선명하다. 첫째 초등학교 1, 2학년 현장학습 보낼 때였다. 버스를 타고 보내면 왜 힘이 드는지, 떠나간 버스를 한참 바라보며 얼마나 걱정을 해댔는지 같이 마중 나간 엄마들과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수다로 마음을 달랬다. 버스에는 엄마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마력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둘째는 초등학교 2박 3일 수학여행을 갈 적에 또 버스를 타고 갔다. 모두 버스를 타고 간다. 마력의 버스. 아이를 배웅하는데 버스까지는 절대 따라오지 말라는 말에 얼마나 서운하던지. 비까지 추적거리던 날 우산 없이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얼마나 애가 탔는지. 아이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씩씩하게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었지.
달복이는 무려 셋째인데 이제는 무뎌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또다시 소용돌이치는 격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달복이는 제시간에 일어나 가방을 메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 가는 6시 첫차를 탔다.
“달복아 가면서 유튜브 보면 배터리 금방 없어져. 유튜브 보지 말고.”
“......”
“전화해.”
“......”
“달복아!”
버스를 탄 후로 전화가 없다.
카톡으로 반복해서 달복이를 불렀지만,
“달복아?”
“.......”
확인을 안 한다.
서울 가는 버스가 후진했다 방향을 돌려 복잡한 도로로 힘차게도 달려갔다. 아이의 손을 놓고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내 손은 떠났고 마음을 졸여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마음을 단념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떠나보내고 나야 일단락이 된다. 그렇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 후로 나는 아이의 답 없는 문자만 한 번씩 바라보면서 끝날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아이는 도착했다는 연락도 없다. 무심한 자식.
‘지금쯤 서울 도착했겠네, 지하철을 타고 있겠지?’
지하철 처음 타는데 문에 손이 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틈틈이 전화하라고 했는데 전화도 없다. 달복이는 신이 났겠지?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건 아닐까?
시골 소년 달복이의 서울 상경기, 서울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 달복이 상경기입니다. 대신 이 어미가 서울을 몇 번 날아다녀온 것 같습니다. 자녀분들은 멀리 갈 때 꼭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아드님들! 아들들은 전화를 왜 가지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전화는 연락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연락을 하시기 바랍니다. 문자는 왜 확인을 안 하는지, 집에서는 카톡만 붙들고 살더니 왜 노란 숫자 1은 안 사라지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