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에게 바질 친구들이 생겼다

by 눈항아리

부직포 화분 고추에게 친구가 생겼다. 처음 만들어준 친구는 작은 꼬마 다육. 잘 지내나? 없다! 남편이 거름이랑 같이 묻어버렸다. 작아도 너무 작아 존재감이 아주 미약했나 보다. 못 봤어? 절대 못 봤단다. 내가 흰 돌로 경계도 만들어 놨는데 못 봤어? 절대 못 봤단다. 봤다고 하면 큰 일 난다. 그렇게 고추는 처음 만난 어린 친구와 이별하고.


”여보 친구 식물을 만들어주면 좋대. 모기도 쫓아주고, 진딧물 잡아주는 무당벌레를 불러들이는 식물들 말이야. 우리가 키우고 있는 바질도 옆에 놔주면 좋다는데? “


그 말을 하고 바로 고추는 친구가 생겼다. 삽목에 성공한 무화과나무 묘목이 고추 화분 옆에 자리 잡았다.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무화과 화분은 어린데도 이파리의 기상이 남다르다.


그리고 이번에는 친구가 아주 많이 생겼다. 40여 일 전, 아이들과 씨 뿌린 바질이다. 바질은 남편의 자체제작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다 마당으로 데리고 나왔다. 105구 모종판이다. 반질반질하게 자란 바질은 좁은 모종판에서 조금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마당에서 키울 예정이다. 삭막한 마당에 푸릇푸릇한 바질. 고추의 친구가 많아졌다.


고추는 조금씩 자란다. 자란 것 같지 않게 조금씩 자란다. 여전히 열매는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 중 제일 크다. 키가 크고 싶다면 작은 친구를 사귀면 된다. 하하. 화분 속 꼬꼬마 아이들이 키재기를 한다. 왜 엄마 미소가 지어지는지.


<고추테리어>는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한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 이야기입니다.
좁은 부직포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삶을 배웁니다.

‘고추테리어’는 고추와 인테리어의 조합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