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라면 꼬마 아이들을 짜파게티 큰 아이들은 너구리입니다. 정말 밥하기 싫은 아침도 있습니다. 반찬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날도 있습니다.
셋째 달복이는 눈을 못 뜹니다. 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구분이 안 됩니다. 머리는 하늘로 솟구쳐있습니다. 까만 소스가 코에 안 묻은 걸로 봐선 입으로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후루룩 한 입에 다 들어갑니다. 웬일이지요? 빨리 먹고 준비하고 자기로 했나 봅니다. 책가방까지 둘러메고 누울까요? 글쎄요.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장롱 뒤에 숨어 핸드폰을 볼 것이 뻔합니다. “복실아 남은 건 너 다 먹어.”
복실이는 냄비 째 짜파게티를 가져갑니다.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붙이고 먹습니다. 먹을 때는 머리를 좀 묶어. 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잘 먹습니다. 남매가 이렇게 다릅니다. 통통한 볼에서 짜파게티가 오물거립니다. 입은 깜장 범벅이 되었습니다. 짜파게티에 김치가 빠질 수 없지요. 작은 김치를 포크로 찍어 열심히 짜장 범벅이 된 입안으로 실어 나릅니다. 금방 일어났지만 아침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엄마 순한 너구리인가요?” 첫째 복동이가 묻습니다.
“아니거든? ”
“물을 대체 1500 넣은 겁니까? ”
‘숫자 좋아하기는!’
“아니거든 나도 몰... 라. 무슨 계량을 해야 하나? 계량컵 사용 방법을 몰라서 내가. 다음엔 네가 끓여.”
둘째 복이가 마지막으로 나타났습니다. “엄마 밥은 없나요?”
“없다만... 국물이 많으니 밥을 말아먹고 싶으냐?”
“아니요? 면이 많이 불어서 밥 먹으려고요. ”
“밥이 없으니 라면을 끓였다만.”
너구리 순한 맛 같은 허여멀건 면을 그래도 다 건져 먹는 복이입니다.
어제는 4종 김치를 했습니다. 집 창가에서 기른 총각무를 주말에 뽑았거든요. 미루고 미루며 냉장고를 전전하던 총각무이지요. 파릇한 총각무 이파리가 연한 노란색 낙엽 색깔로 변하기에 어쩔 수 없이 더는 미룰 수 없어 칼을 빼들었습니다. 손을 대면 금방입니다. 다 손질하고 나니 버리는 것이 더 많습니다. 한 단 정도의 양 밖에 안 됩니다. 양념은 평소 배추 한 포기의 양으로 하는 저는 고민했습니다. 무를 사 올까 배추를 사 올까. 가까운 마트에 가서 무, 배추, 부추를 사 왔습니다. 무 하나를 다 잘라 깍두기를 하고, 작은 알배추 하나는 바로 먹을 겉절이를 했습니다. 총각 무김치도 완성!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오이 3개를 꺼내와 소금에 조금 절여 부추를 듬뿍 넣고 오이소박이도 했습니다. 겉절이와 깍두기는 집으로 들고 왔지요. 김치를 했는데 라면을 안 먹을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복동이가 그럽니다.
“엄마 오늘 아침도 라면 먹으면 안 되나요?”
“안돼, 어제 먹었잖아.”
잔인한 엄마입니다. 식탁에 맛 들으라고 올려놓은 김치가 라면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라면을 아침으로 먹일 수는 없습니다. 아침엔 밥!
김치통을 열었습니다. 살짝 익은 고춧가루와 젓국의 조화로운 향이 코를 찌릅니다. 라면을 부르는 김치의 향기입니다. 끓일까 말까 고민됩니다. 아침도 안 먹는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옥수수밥입니다. 겉절이에 옥수수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