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수박

by 눈항아리



즐겁게 수박을 자릅니다. 수박은 여름 내내 자릅니다.


복실아, 어떤 수박으로 줄까? 친구 엄마는 수박을 반 잘라서 숟가락을 던져 준답니다. 그러곤 말하지요. “퍼먹어!” 엄마는 세상 편하고 아이들은 행복감에 마구 퍼먹는답니다. 다 먹은 수박 껍질은 머리에 쓰고 다닌다네요. 유쾌한 친구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삼각형을 좋아합니다. 씨는 빼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각형을 주문할 때면 씨는 그냥 붙여서 줍니다. 그냥 쓱쓱 잘라만 주면 되니 편합니다. 하지만 소매까지 줄줄 떨어지는 수박 국물을 마주할 때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바닥에 쟁반이라도 받쳐주어야 하고 바닥이며 식탁이며 닦아야 할 끈적임이 쌓입니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모양은 깍둑썰기입니다. 아이들에게 포크만 챙겨주면 되고 국물도 질질 흘리지 않습니다. 조그만 입에 쏙쏙 수박 들어가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러나 썰기의 과정은 험난합니다. 먼저 수박을 반으로 쪼갭니다. 반은 반원 수박 통에 보관해서 냉장고행. 나머지 반은 또 반으로 자릅니다. 수박 사분의 일 조각과 저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검정 수박 무늬에 맞추어 칼날을 꽂습니다. 빨간 속살을 드러낸 수박이 저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 깨알같이 자리한 씨가 저에게 썩은 미소를 날립니다. 요놈들! 젓가락으로 한 놈씩 날려줍니다. 그러곤 준비해 둔 작은 칼로 가로선을, 다시 방향을 바꿔 쳐주며 그릇에 투하! ‘같잖은 깍두기 녀석들 같으니. 꼬시다 요놈들!’ 수박씨는 정말 얄밉습니다.


이제 남은 건 수박 껍질 처리입니다. 길쭉하게 남은 딱딱한 껍질들은 부피가 커서 음식쓰레기봉투에 들어가기 힘듭니다. 남은 껍질을 하나하나 깍두기로 썰어줍니다. 단단한 육질들을 내려치며 도마에 부딪치는 칼날의 소리가 우렁찹니다. 이런 쾌감 환영합니다. 저는 전문 칼잡이가 됩니다.


복실이는 또 다른 주문을 합니다. 반달 모양이 먹고 싶답니다.


반달?


주문이 들어오면 만듭니다. 수박을 반달 모양으로 썰고 씨를 뺍니다. 수박은 사랑입니다. 아이는 세상 행복한 표정입니다. 먹다 먹다 초승달을 만들어 놓고는 예쁜 초승달은 엄마 먹으랍니다.


2023년 7월 4일, 1학년 복실이가 주문했던 반달 수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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