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권총

by 눈항아리

꾸물꾸물한 구름 아래 일요일 아침을 맞았지요. 아빠가 농사꾼으로 변신해 밭으로 갑니다. 엄마는 요리사로 변신해 아침밥을 합니다.


농사짓는 아버지를 도와준다며 밭으로 나간 복실이. 풀을 베던 아버지 따라 총총총 수박밭으로 갑니다. 일은 안 하고 금세 돌아옵니다. 제 머리통만 한 수박을 끙끙거리며 들고 옵니다.


복실이는 싱크대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입니다. 아이의 눈이 수박에 콕 박혔습니다. 아이 입에 수박을 넣어줘야지요. 아침밥 준비 중이라 주방은 부산합니다. 자리가 안 나지만 다 밀어둡니다. 수박을 얼른 씻어 반을 자른 다음 숟가락만 챙겨 식탁에 올려 주었습니다. 친구네처럼 다 먹고 나면 모자로 쓰고 다닐까요? 달고 맛나다며 아이들 우르르 몰려들어 한 숟가락씩 풉니다. 딱 한 숟가락씩만 퍼먹었습니다.


“수박씨가 원래 이렇게 많아?”


‘엄마가 매번 다 골라내 줘서 그려.’


저도 식사 후 남은 수박을 숟가락으로 퍼 먹습니다. 달고 맛나네요. 이런 싱싱함을 먹는 맛에 농사를 짓습니다. 첫 수확의 기쁨은 먹어줘야죠. 그런데 씨가 좀 많기는 하네요. 과일을 정말 즐기지 않는데, 씨 있는 과일은 쳐다보지도 않는데도 딸이 따온 수박이라서 맛있습니다. 제 입에서 줄줄이 씨가 후두두둑 떨어져 나옵니다. 계속 줄줄이 쏟아져 나옵니다. 툭! 툭! 툭! 툭! 투두둑 툭!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바닥에 드러누워 배꼽을 잡습니다. 배가 아파 죽겠답니다. 입에 있는 씨를 안 뱉을 수는 없잖아요.


‘수박 다시는 안 먹어!’




저녁을 먹고 딸아이가 제게 그럽니다.

“엄마 수박 권총 한 번만 더 보여줘. 아빠! 엄마가 아까 아까 수박 권총 보여줬어~”


‘수박 다시는 안 먹어! 정말 다시는 안 먹어! 수박씨도 절대 안 빼줘! ’


-2023. 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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