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가 번개를 맞았다

시골살이 쉽지 않아

by 눈항아리

지하수가 번개를 맞았습니다. 지하수가 번개를 맞을 수도 있나요? 정확히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전기 기계이지요. 또 번개를 맞았습니다. 시골살이 5년 차, 벌써 세 번째입니다. 아주 확률적으로 대단합니다. 번개를 부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인버터가 맞았는지 모터가 맞았는지 살피는 중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강력한 번개 한 방에 타격을 제대로 맞았습니다. 남편은 일일이 체크합니다. 시골살이 전기를 모르면 살 수 없습니다. 물이 없는데 살 수 있습니까? 설거지, 밥 하기, 빨래하기, 씻기, 화장실, 먹는 물까지 모두 지하수로 해결하는데 말입니다. 물이 없으면 일상이 멈추지요. 맥가이버 남편께서 창고에서 용을 쓰고 계십니다.


“복아 오늘은 자전거 못 탈 것 같아. 물이 안 나오면 씻을 수 없으니까. 얼른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최대한 땀을 안 흘리도록 노력해 봐.”

“그럼 내일은 어떡해?”

“아침엔 할머니집 가서 씻고 가자.”

“그럼 일찍 일어나야겠다.”


남편 말고 다른 식구들은 평화롭습니다. 심지어 꼬마 둘은 기분이 좋습니다. 물이 안 나오니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일거리가 줄어 평화로움을 잠시 만끽합니다. 설거지 거리가 몇 개 나왔지만 할 수 없군요. 설거지를 미뤄두는 수밖에요. 화장실이 문제지만 아직 신호가 오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큰 것은 바깥 창고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당부해 뒀습니다. 작은 것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물을 내릴 수 없으니 참 고민됩니다. 먹는 물은 어쩌지요? 정수기가 멈췄는데 어쩌지요. 밤길을 달려 7분 나가면 편의점이 있습니다. 생수를 사 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합니다.


남편은 잦은 벼락맞이에 대비를 해뒀습니다. 이번에도 인버터가 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럴 줄 알고 인버터를 예비용으로 하나 더 구비해 놓았습니다. 하하. 모터가 번개를 맞았다면 하루 동안 물을 못 사용할 뻔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수리 업체를 불러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인건비랑 교체 비용이랑 합치면 인버터 자가 교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고장 난 인버터는 고치든 새로 사든 또 예비로 준비를 해 놓아야 하지요. 인터넷을 뒤져 남편이 찾아낸 것은 30만 원 후반 대 거의 40만 원에 육박합니다. 시골살이 지하에서 물 퍼쓰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 번개가 치는 날에는 지하수 전원을 차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편은 처마 아래 식물들에게 지하수의 은혜를 베풀어주고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돈이 수월찮게 들어가 속이 쓰립니다. 아이들은 능력있는 맥가이버 아빠 덕분에 안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풀이 팍 죽어 옷을 챙겨들고 달복이부터 씻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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