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직포 화분 속 고추 이야기 <고추테리어>
부직포 화분 속 우리 고추가 예쁘다 예쁘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우리 고추가 미인이란다. “여보 이 고추가 자꾸 길어지는데 이상하오.”그랬더니, “ 미인고추라서 그래.”그런다. 미인고추라서 길고 날씬하고 예쁘다는 소리인가, 뭔 소리인가.
미인 고추라는 품종이 있단다. 정식 이름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또 어느 외국 회사를 통해 들어온 신품종인가 했더니 인터넷을 통해 통해 들어가 귀동냥해 본 바로는 우리나라 품종인 듯하다. 국내 종자 회사도 열심히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 같아 내가 다 뿌듯하다.
미인 고추는 롱그린이라고도 부른다. 날씬하고 길쭉하고 예쁘게 생겼다. 아삭이 고추처럼 아삭아삭 하고 안 매우면서도 단맛이 좋아 생식으로 먹기 좋다고 한다. 나는 생 고추는 못 먹는데? 싫어하는데? 길어진 “ㄱ”자 고추 하나를 따서 쌈장 한번 쿡 찍어서 남편 입에 넣어줄까? 된장국에 넣으면 칼칼한 맛은 안 날 것 같은데. 쫑쫑 썰어 된장국에 넣으려고 했더니 미인이라서 못 넣겠다. 그럼 뭘 해 먹지. 미인이라니 우리 예쁜 복실이 먹일까?
미인 고추 하나를 똑 따 놓고 무얼 해먹을지 고민한다. 맛있는 걸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내 눈에 예뻐도 음식이라는 넓은 세계에서 고추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미약하다. 그래도 존재감 팍팍, 완전 티 나는 요리로 고심 중이다. 우리 미인 고추로 뭘 해 먹을까. 강력한 무엇!
부직포 화분 속 예쁜 고추는 키가 자랐다. 새로 난 고추 순부터 담장 밖 구경을 한다. 많이 자란 키에 무거워진 이파리에 휙 쓰러질까 봐 파란색 줄을 조금 올려 주었다. 나는 옆에서 보기만 하고 남편이 바치춤 추켜올려주는 것처럼 슥슥 올려주었다.
<고추테리어>는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한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 이야기입니다.
좁은 부직포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삶을 배웁니다.
‘고추테리어’는 고추와 인테리어의 조합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