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달복이가 그랬습니다.
“엄마 우리집이 반찬가게 같아.”
저 정말 반찬가게 차려도 될 것 같아요. 아침의 요리가 어마무지합니다. 우리 가족 이렇게 많이 먹는 거였나요? 식구 여러분?
낮에는 주방에서 불 쓰면 불귀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뚝딱 만든 요리입니다. 낮에는 조리를 안 하고 싶습니다.
주말에 아버지를 모시고 물회와 탕을 파는 음식점에 갔지요. 더워서 탕요리가 안 된답니다. 시원하게 물회를 먹고 왔습니다. 물회만 먹는데도 실내 온도가 계속 30도였습니다. 집에서도 물회만 먹고 살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이 안 먹는 냉 요리가 눈에 밟힙니다. 오이냉국, 미역냉국, 냉냉냉. 냉면은 잘 먹는데... 집에서는 6인분 면을 삶기가 버겁습니다.
아침의 요리입니다.
소 불고기, 돼지불고기는 저렴하게 많이 사서 양념에 재워 소분해 둔 것입니다. 야채 넣고 휘리릭 볶았습니다. 된장국 역시나 냉동에 소분해서 얼려둔 것입니다. 부글부글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너무 쉽죠. 오리 훈제는 400그램 팩에 든 것입니다. 양파 하나 대충 썰어 넣고 간장, 고춧가루, 후춧가루, 설탕 조금 넣고 휘리릭 볶았습니다. 대충 썰었다 함은 도마를 안 쓰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두부는 도마에 썰어야 하네요. 두부는 두툼하게 여덟 조각으로 잘랐습니다. 두부를 팬에 굽다가 양파 하나 대충 썰어 넣고 오리훈제 볶음 할 때 많이 만들어둔 양념간장을 붓고 물을 붓고 지글지글 끓입니다. 멸치볶음을 시작하면서 작은 냄비 하나를 준비해 옆에서 설탕 시럽을 끓이며 시작합니다. 멸치랑 아몬드를 마른 팬에서 볶습니다. 기름 코팅을 하고 설탕시럽을 멸치에 붓고 센 불에서 빠르게 조립니다. 식히면서 팬에 그냥 두었더니 바삭한 게 식감이 좋습니다.
저 요리사 맞나 봐요.
주부 경력이 빛을 발하는 여름날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과일 손질도 음식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야채 손질도 집에서 준비해 가게로 가져갑니다. 야채는 보이는 대로 당근, 양파, 파를 대충 깍둑썰기해서 봉투에 넣습니다. 가게에 있는 푸드프로세서로 휙 갈아서 계란에 투하하면 금방 계란말이를 할 수 있습니다. 반찬이 모자라면 바로 쓸 수 있도록 야채 준비는 필수입니다. 반찬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어제는 찜기에 가지를 쪄가지고 갔는데 시간이 없다면 식혀서 그냥 가지고 나가 소금 간이랑 들기름만 뿌려서 먹어도 됩니다. 호박도, 숙주, 미나리도 쪄서 양념해 먹으면 부들부들 식감이 좋습니다.
감자를 캐서 아침으로 먹기 좋아 오늘도 한 냄비 끓였습니다. 통으로 삶지 않고 잘라서 삶으면 금방 익습니다. 아침을 안 먹으려 하는 남편도 점심 전까지 출출하다고 먹을 걸 찾거든요. 남편 간식은 따로 준비합니다.
조리한 음식은 식혀서 반찬통에 담습니다. 빨리 식히기 위해 선풍기를 동원했습니다. 진작 주방에 선풍기를 데려다 놓을 걸 그랬습니다. 에어컨은 왜 주방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찬 바람은 거실에서 빙빙 돕니다. 주방은 환풍기가 돌아가고 창문도 열려있어 여름 아침의 열기가 다 들어오는데 말입니다. “선풍기는 이제 제 거입니다. ” 사실 제 거 맞습니다. 자전거 탈 때도 써야 하니 이리저리 옮기며 써야겠습니다.
반찬통 씻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번에 일회용 용기를 장만했습니다. 팔이 너덜너덜해서 그러니 모든 환경 지킴이 여러분들 양해 바랍니다. 아이들 넷이 방학하던 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쌓인 설거지, 마구 생산되는 설거지에 깔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큰 것, 작은 것 두 종류로 샀습니다. 죽 용기입니다. 일회용인데 자꾸 씻어서 쓰게 됩니다. 여러 번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정말 팔이 너덜너덜한 날 잘 분리해 버리겠습니다. 고무 패킹이 없고 뚜껑이 모두 똑같아서 편합니다. 통은 납작하고 냉장고 안에 켜켜이 쌓기 좋습니다. 가벼워서 좋습니다.
점심 저녁에는 조리를 안 하고 데워만 먹으면 됩니다. 저 정말 장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에 다 먹는 반찬입니다. 여섯 식구가 먹으면 하루 만에 빈 통이 됩니다. 저도 반찬 해놓고 일주일 먹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김치를 챙겼다고 오늘 김치를 안 챙겼어요. 식구가 여럿이니 점심에 다 먹어버렸네요. 이를 어쩌나 했는데 마침 겉절이를 가지고 가라는 언니의 연락을 받았지요. 구원투수는 늘 고맙습니다.
겉절이가 왔는데 라면을 안 먹을 수 없잖아요. 반찬은 내일로 미뤄두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라면입니다. 라면에 물 많이 부었다고 복동이한테 잔소리 듣고 주방에서 쫓겨났습니다. 제가 다 잘하는데 면 요리를 못합니다. 하하.
모든 주부님들, 어머님들 여름날에 밥하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방학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어떻게든 살아남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