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 밀크
카페 신메뉴?
아닙니다.
코코볼에 우유를 부었지요.
초등 남매에게는
넓은 그릇에 코코볼을 넣고 우유를 부어주었지요.
저는 따로 긴 컵에 코코볼을 넣었지요.
보이는 컵을 그저 집었을 뿐입니다.
젊은 시절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던 모양과 비슷한
시원시원하게 잘 빠진 컵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컵이지요.
높은 컵에 코코볼을 가득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유를 최대한 부었습니다.
아침의 출출한 배를 달래줄 간식이니
가득가득!
그런데 말입니다.
카페 신 메뉴처럼 맛나게 보이지만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코코볼을 너무 가득 담았나 봅니다.
숟가락으로 아무리 휘저어도 우유의 흔적이 없습니다.
위에서 아무리 파 보아도 저어 보아도
숟가락이 우유에 닿지 않습니다.
급기야 구덩이를 파듯 뚫고 들어가
숟가락이 겨우 우유에 당도했습니다만
너무 깊이 들어가 버려 놓쳐버리고 맙니다
숟가락이 퐁당!
머리꽁지도 뒤꽁무니도 안 보입니다.
코코볼에 파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빠르게 가라앉으며 코코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손가락으로 뒤적뒤적
브라운과 깜장과 하얀 코코볼 숲을 헤치고 들어가
숟가락을 잡아 건져 올렸습니다.
동그란 숟가락 쇠붙이 주변으로
동그란 코코볼이 딸려 올라옵니다.
숟가락의 존재가 유리컵 밖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코코볼이 하나 둘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사방으로 하나 둘 후드득.
테이블과 바닥까지 추락해 굴러갑니다.
어째쓰까여#%#$$
코코볼을 잔뜩 떨어뜨리고
숟가락을 드디어 구출했습니다.
우유가 뚝뚝 떨어지지만...
코코볼을 하나씩 건져먹어 봅니다.
아래서부터 천천히 습기를 먹어올라와
코코볼이 눅눅해집니다.
이런! 빨리 우유에 말아먹어야 하는데...
옆에서 보니 우유가 모자란 것이었습니다.
진단은 끝났고 우유를 붓습니다.
하나 둘 셋 후드득후드득
코코볼이 천천히 마구 굴러 떨어집니다.
화산에서 용암이 느리게 흘러내리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막을 수가 없네요.
테이블과 바닥으로 또다시 추락하는
내 코코볼!
넓고 납작한 그릇을 가지고 와 훅 부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용도에 맞는 그릇을 사용해야 합니다.
코코볼 & 밀크를 먹을 때
높은 컵은 안 됩니다.
처치 곤란입니다.
내 그릇을 아는 사람인가요?
모른다고요?
괜찮습니다.
사용해 보고
내 그릇이 아니면 훅 바꾸면 됩니다.
그런데 왠지 길쭉한 유리컵에 담아 먹으면
맛있을 것 같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