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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어 Nov 27. 2020

난 ㄱr끔눈물을 흘린ㄷr......우는 ㄴ ㅐㄱr좋ㄷr

난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평소에 굳건한(?) 이미지와 다르게 어떤 영화 장면만 보면 울게 되는, 눈물 치트키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야, 나도 여자인가봐아아아아"라고 그동안 영화 초중반에 걸쳐 엽기적이었던 전지현이 산에서 외치는 장면이다.

나도 여자인가 봐... 끄억 끄억...

왜 서로 사랑하는데 이뤄지지 않는 거야 하면서 우는데, 한두 번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 TV를 틀어놓고 머리를 감다 잠깐 보다가도 그 장면에서 어김없이 눈물을 흘린ㄷr...는 게 함정...

신랑이 재밌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극장에 가서 보고 있는데, 뭔가 내가 아는 이야기였다. 영화는 [컨택트], 영어 이름으로는 [Arrival]. 대학에 다닐 때 추천받아서 읽었던, 테드 창의 [당신 인생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걸 영화관에서 영화 도입부를 보다가 알아챘다.

소설도 다 읽고 났을 때 가슴이 먹먹했는데, 영화는 초반이 가장 슬펐다. 주인공이 딸에게 반복적으로 "Come back to me"할 때, 특히 20대 초반이 된 딸이 혈액암으로 숨이 멎었을 때 "Come back to me"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화면에서는 주인공(에이미 아담스)이 길고 어두운 병원 복도에서 주저앉을 때 견딜 수 없이 슬프다.

근데 문제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10분 만에 오열을 한다는 거다. 끄어억 끄어억ㅠ 어떻게 조절이 안돼 끄어억ㅠㅠ

물론 나는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으니깐, 소설의 마지막이 영화에선 도입부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점점 쉽게 오열한다.

눈물 치트키를 나열하자면,

1. 영화 [컨택트] : 영화 초반 10분 만에 우는데, 넷플릭스로 볼 때마다 운다.
2. 영화 [노예 12년] : 노예처럼 일하던 그때, 이 영화에서 흑인 여성이 억울하게 채찍을 맞는 걸 보고 오열ㅠㅠ 영화관에서는 나 말고도 나랑 비슷한 강도로 우는 여성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난 나와서도 4시간 동안 울었다.... 당시 남자 친구였던 현 신랑은 내가 어디서 채찍 맞고 온 줄...
3.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이 영화도 실업했을 때 봐서 그런지 펑펑 울었다. 특히 젊은 미혼모가 허기에 이성을 잃고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을 때 가장 크게 울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정말 입에다 주먹을 넣어가면서 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 왜 제도는 이렇게 딱딱한 태도로 인간의 존엄성을 쉽게 훼손하는가!  
4. 소설 [종이동물원] , [즐거운 사냥을 하길] : 마법은 그걸 믿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거야!!! 망할 놈의 현대 자본주의! 과학 기술 만능주의!
5. 영화 [엽기적인 그녀] : 이건 대체 왜 슬픈 건지... 나도 여자.. 인가 봐...ㅠㅠ 다행히도 결혼한 뒤로는 안 운다. 그래도 20대 내내 울었다...

다 몇 번을 봐도 어김없이 날 울게 하는 이야기다.

기억 중에도 그런 게 있다.

가족에 대한 엄청난 실망으로 사는 게 의미 없다고 여기고 집을 나가야겠다고, 나가서 다신 가족과 연락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는 "넌 왜 그렇게 혼자 유난을 떠냐"면서 비난을 멈추지 못했다. 나는 마음이 닫히는 게 느끼면서 아주 명확하게 죽거나 망가지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가방에 지갑 하나만 넣고 집을 나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래퍼처럼 나에게 하던 비난을 멈추고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섰다. 절대 나가지 말라고. 엄마가  다 잘못했다고. 나는 차갑게 다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나가지 말라고 간절하게 말했다. 독하게도 그 순간까지 난 엄마의 사과를 받아냈다. 결국 우린 그 날의 위기를 극복했다.  

엄마가 울었는지, 내가 울었는지, 우리 둘 다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일이 일어난 지 15년이 된 지금은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엄마가 정해놓은 너무 작은 '정상성'의 범위에 20대의 나는 맞출 수 없어 절망했고, 엄마는 나와 달리 본인의 상처와 고통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어서 나를 견딜 수 없었다.

지금의 엄마는 그때의 엄마가 아니고 나 또한 그때의 내가 아니다. 둘 다 말랑말랑해졌다.

말랑말랑.
그래,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잘 우나 보다.
말랑말랑해져서 감정을 유보하지 않고 슬픔이 나를 흔들고 통과 해나가게 해서 그런가 보다.

이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올라치면, 어둠 속에서 내가 우는지 보는 신랑의 눈빛이 느껴진다. "영화보다 네가 더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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