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문턱에 들어선다. 고원의 도시 태백은 아카시아 향이 향기롭다. 아카시아 향이 산소도시 태백으로 퍼져 올라왔다. 바람에 실려 오는 달콤한 향기가 마음속을 파고든다. 새하얀 꽃잎들이 송이송이 탐스럽게 달렸다. 나뭇가지에 눈이 내린 듯 아름답다. 아카시아꽃과 어깨를 나란히 이팝나무도 눈부시게 하얗다.
구문소 마을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푸른 하늘 아래 가득 피어난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향긋한 꽃내음은 실바람을 타고 온 동네를 가득 채운다.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아카시아 잎을 먼저 따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생각난다. 아카시아 잎을 따는 놀이도 재미 있지만 아카시아꽃을 기름에 넣고 튀겨 먹는 맛은 꿀맛이다.
아카시아 향을 따라 벌통들이 줄지어 있다. 벌통 앞에는 많은 벌들이 바쁘게 드나든다. 모기장를 머리에 쓴 벌집 주인은 연거푸 연기를 뿜으며 벌통을 들여다본다. 벌통 옆 옥수수밭에 잡초를 뽑다가 벌에 쏘였다. 벌통 주인은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열심히 따온 꿀을 맛보라고 한다. 정말 꿀맛이다. 벌에 쏘여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구문소 마을이다.
어머니가 살고 있는 빨간색 지붕이 이쁘다. 목단은 지고 작약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혹한의 차가운 시기에 올라온 산마늘이 벌써 꽃 몽우리가 맺혔다. 지난해 심어 놓은 마늘밭에는 마늘종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감자 잎이 무성해지는 걸 보니 감자꽃이 필듯싶다. 시골집 마당에 잡초들이 무성해진다. 엄니는 차고 다니는 의자를 엉덩이에 낀다. '웬 놈의 잡초는 뒤지지도 않고 뽑아도 뽑아도 올라 오노'하며 호미를 찾는다. 오늘 밤에 다리 허리 아프다면서 내가 들으라고 큰소리칠 것이다.
마을에서 귀농 귀촌 한달살이 청년이 왔다. 귀농 귀촌에도 관심이 있지만 태백의 탄광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귀농 귀촌 한달살이 오면 구문소 마을을 함께 둘러본다. 옛 오솔길을 따라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고 모종을 심어 본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구문소를 둘러본다. 구문소에 전해 오는 전설과 마을의 전통문화 사시랭이 갈풀썰이에 대한 것도 들려준다.
도시는 자동차 소음, 화려한 불빛, 바쁜 일상을 반복한다. 시골의 풍경은 다르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면 상쾌한 시골 공기가 코끝에 닫는다. 산허리를 따고 내려온 안갯속에서 농부들은 새벽을 시작한다. 짧은 한달살이지만 손으로 직접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워 볼 수 있다. 작은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를 가꾸며 키워보는 재미도 있다 잡초를 뽑고 땀 흘리는 기분은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이제 진짜 '쉼'의 시간이 된다. 불빛도 잠이 들고 고요해진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산책한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본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된다. 조용히 명상을 하고 책을 읽으며 고요함 속으로 빠져든다. 저녁에 보았던 노을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시골에서 한달살이는 도시의 바쁜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살아보는 경험이 가능하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은퇴자들이 귀농 귀촌을 생각해서 시골 생활을 경험해 보기 위해 많이 온다. 젊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한달살이를 하면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로 갔다. 지금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생활한다. 시골의 향수가 없다.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는 각박한 생활을 보고 자란다. 청년들이 꿈을 찾고 진로를 찾기 힘들 때 시골에서 생활해 보자. 은퇴를 앞두고 귀농 귀촌을 계획하는 분들도 미리 살아보는 시골 한달살이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5월에 구문소 마을에 한달살이 온 청년은 멋진 시골살이, 농촌 여행을 한다. '일' 과 '일상' '쉼'을 찾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시골에서 한달살이 촬영 섭외가 왔다. 구문소마을에서 살고 있는 청년이 있어 기회가 좋다. TV에 방송됨을 설명하고 협조 요청이 어렵게 성사되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구문소, 박물관 등 태백의 관광지와 한달살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촬영하게 되었다.
공동체로 운영하는 카페는 조용하고 전망도 좋다. 구문소 카페에서 쉬면서 일하는 과정을 촬영한다. 나는 청년과 구문소 시골살이 체험을 함께 촬영했다. 마을에서는 산나물을 많이 재배한다. 산마늘, 어수리, 곰취, 곤드레, 능개승마등이 있다. 산마늘, 능개승마는 수확 시기가 지났다. 곰취, 어수리 체험을 하기로 했다. 곰취를 채취해서 장아찌를 만들고 어수리 전을 만들어 본다. 강원도의 대표 작물 옥수수 모종을 심어 보는 과정을 찍었다. 곰취밭에서 수확한 곰취잎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곰취의 향이 입에서 맴돌고 삼겹살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촬영의 피로가 깨끗이 풀렸다.
짧은 한달살이 무사히 마치고 촬영에도 협조해 준 청년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