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河回)마을에서 회상(回想)

by Hi 태백


안동 하회 마을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위치한 민속마을이다.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이며 별칭으로 '하회 민속마을', '안동 하회마을', '하회 민속촌' 등으로도 불린다. 하회(河回)라는 이름 그대로 강물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고 있다. 하회 마을에는 여러 가지 민속놀이가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다. 양반들이 하회 마을 휘감아 도는 강 사이에 불을 붙이고 놀았던 놀이인 선유 불꽃놀이가 있다. 오래된 초가집과 고택(古宅)이 담장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다.


하회(河回) 마을을 손자와 함께 왔다. 5월 마지막 날이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날씨는 무덥다. 손자는 힘이 드는지 안아달라고 한다. 하회 장터를 지나 매표소로 갔다. 매표를 하고 서틀 버스로 하회 마을까지 이동한다. 예전에는 하회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많다. 셔틀버스도 만원이다. 손자는 버스 타기를 좋아한다. 무더위에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신이 났다. 매표소에서 하회마을 입구까지 거리가 가까워 금방 도착했다. 손자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린다. 겨우 버스에서 내렸다. 날씨는 여전히 무덥다. 하회 마을을 자전거, 전통차로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손자는 셔틀버스가 너무 타고 싶다며 꼼짝하지 않는다.

KakaoTalk_20250607_210332613_01.jpg 하회마을둑길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마을을 따라 강물이 감싸 흐르고 있는 둑을 걷기 시작했다. 오래전 하회(河回) 마을 온 것이 생각난다. 늦장가를 들었다. 아내는 서울에서 생활했다. 나는 시골 농사꾼이다. 인연이 따로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시골 총각이 서울 각시에게 장가가는 행운을 잡았다.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은 경주로 갔다. 자동차를 가지고 국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돌아오면서 안동 하회(河回) 마을을 보고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하회 마을에 왔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커서 손자가 생겼다. 돌고 돌아 살다 보니 세대를 이어 가고 있다. 回 자는 ‘돌다’나 ‘돌아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回자는 회오리치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이다. 回자의 갑골문을 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물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回자의 본래 의미는 ‘돌다’였다. 한참 돌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연어는 바다에서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연어의 회귀(回歸)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감동적이다. 연어는 회귀하는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곰이나 여러 위협을 이겨내야 한다. 나 역시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청춘의 시간은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서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사회생활하면서 인간관계에 쓴맛을 보기도 했다. 어릴 때 지내던 친구들도 살다 보니 멀어졌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반평생이 지나가고 있다. 잃은 것도 많지만 가족들이 남아 있다. 재롱잔치에 커가는 손자를 보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고 행복한 일상이 되었다.

KakaoTalk_20250607_210332613_02.jpg 하회구곡 병암

하회 마을 둑 넘어 굽이굽이 강물이 흘러간다. 하회 구곡(河回九曲) 중 제9곡 병암이 절경이다. 하회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강물에 병풍처럼 서 있는 바위가 병암이다. 하회 구곡은 병산, 남포, 수림, 겸암정, 만송, 옥연, 도포, 화천, 병암 등 절경 아홉 곳이다. 조선조에 성행했던 구곡 문화는 남송 때 성리학의 대가 주희의 무이 구곡에서 유래한 것으로 구곡은 탐욕을 버리고 도(道)를 찾는 아홉 물굽이가 그것이다. 퇴계의 도산 구곡가, 이이의 고산구곡가처럼 류건춘 또한 ‘무이구곡가’를 본받아 하회 구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하회 구곡의 마지막인 병암은 ‘S’자로 흐르는 낙동강이 화천을 지나 급하게 돌아가는 방향에 있다. 선유불꽃놀이가 열리는 곳이다. 절벽 아래로 타고 내려오는 환상적인 불꽃이 보고 싶다


“사방으로 돌던 물결 곧장 아래로 내달리고/ 너럭바위 앞의 깎아지른 절벽 병풍 문이 되었네/ 깊은 못의 용이 포효하여 종담(鍾潭) 골짜기 갈랐으니/ 구곡이라 바람 세차고 밝은 태양 어둑어둑하네”(9곡: 병암)


둑길 옆으로 심어놓은 가로수 아래에 쉬어 간다. 건너편 하회 마을은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하다. 기와집 사이로 옹기종기 초가집들이 다정하다.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 나락이 서 있고 연못에는 연꽃이 필 듯싶다. 병암 맞은편에서 행사를 한다. 손자는 아직까지도 서틀버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음료수를 구하기 위해 갔다. 하회 마을 만송정에서 인문학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주제가 참 정겹다. “그 노무 산불 때문에 얼매나 놀랬니껴?” 2025년 봄 안동 산불로 애간장을 태웠을 모든 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였다. 아코디언 연주로 황성 옛 터, 목포의 눈물을 연주한다.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옛 가요를 부른다. 빈자리에 앉아 그리운 옛 노래를 함께 불러 본다. 우거진 솔밭에서 솔향이 퍼지고 행복한 미소가 피어난다.


만송정 숲은 하회 마을 북서쪽, 낙동강 강변의 모래 퇴적층에 소나무를 심어서 만든 곳이다. 90~150여 년 된 소나무 100여 그루와 마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심은 어린 소나무 등 300그루 정도가 숲을 이루고 있다. 원래 만송정 숲은 조선 중기 때 유학자이자 문신인 류운룡이 강 건너편에 있는 부용대 절벽의 거센 기운을 부드럽게 하여 마을을 평안하게 하려고 1만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만송정 숲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하회 마을과 강변의 백사장,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 강 건너 부용대와 함께 잘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이룬다.


선유 쥐불놀이는 4월 초파일에 숯 가루를 넣은 주머니를 만들어 강 사이에 달아 놓고 불을 붙이고 노는 놀이를 말한다. 하회 마을에서는 해마다 음력 7월 16일 달 밝은 밤에 했던 놀이로서 류성룡이 쓴 시에 기록이 남아 있다. 부용대에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만송정 솔숲까지 동아줄을 걸고, 그 줄에다가 수백 개의 뽕나무 숯 가루를 넣은 한지 주머니를 매달아 불을 붙인다. 그러면 불씨 주머니에 든 숯 가루가 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이러한 모습이 마치 불꽃이 떨어져 날아가는 것 같아 낙화놀이라고도 했다. 놀이는 불을 붙이면 불꽃이 튀면서 떨어지는 줄불과, 솟갑단(소나무줄기 무더기)에 불을 붙여 절벽 아래로 던지는 낙화, 달걀 껍데기 속에 기름불을 켜서 강에 띄우는 달걀불로 이루어진다. 이때 강 위에서는 선비들이 배를 띄워 술을 마시고 시를 지어 부르며 풍류를 즐겼다.


마을의 중심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삼신당 느티나무가 든든하게 서 있다. 이 느티나무는 높이가 15m, 둘레가 5.4m에 달하며, 마을을 지키는 신목으로 여겨져 많은 이들의 소원이 담긴 종이가 빼곡히 걸려있다.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의 집들이 강을 향해 자리 잡는다. 기품 있는 기와집과 정겨운 초가집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흙과 돌을 번갈아 쌓아 만든 아름다운 흑돌 담장 길게 이어져 있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아내와 손자가 마을 길을 걷고 있다. 전통문화가 잘 보전된 아름다운 하회 마을에서 지나간 일들이 흑백 영화처럼 돌아간다.

KakaoTalk_20250607_210332613_03.jpg 하회마을 초가집

하화회 마을을 나오면서 사주카페 웅이네가 있다. 나의 운명을 보고 싶지만 참았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간다면 운명처럼 좋은 일이 생긴다. 빨간 접시꽃이 키 자랑을 한다. 아내는 접시꽃을 따서 곱게 접어 손자 이마에 붙여준다. 행운의 나비가 날아와서 앉아 있는 듯하다. 아내가 어릴 적 접시꽃 따서 코에 붙이고 ‘꼬끼오 꼬끼요’ 하며 놀던 놀이라고 한다. 하회 마을 둘러보고 입구에 도착했다. 세계 탈 박물관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 많은 탈이 전시되어 있다. 무더위에 지치고 힘들다. 탈 박물관 실내에 카페가 있다. 카페 메뉴에 시원한 빙수가 있다. 이름이 ‘탈빙수’이다. 미숫가루를 듬뿍 올린 인절미 우유 빙수였다. 손자는 빙수를 먹다가 재치기를 한다. 미숫가루가 공중으로 날렸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축하쇼 같다. 카페 창문에 올려놓은 신랑 각시 인형이 미소 짓는다. 지나간 일들을 다시 회상(回想) 해 보는 즐거운 여행이다.


KakaoTalk_20250607_210332613_04.jpg 신랑 각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문소마을에서 한달살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