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천제,추석날 모습기록
고원의 태백은 가을이 일찍 온다. 먼 산에서는 낙엽이 내려오고 있다. 10월에는 국경일과 추석으로 긴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일찍 시작된 단풍은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 10월 초 많은 문화행사와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비가 이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고원의 단풍은 비에 젖어 아쉬움을 더 한다, 가을 축제의 활기찬 모습 대신 빗소리가 가득한 연휴라니 왠지 모르게 쓸쓸한 마음이 든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10월에 이어진 행사와 비가 내리는 추석날 마음을 전해본다. 문자에서 서로 서로 응원의 글들이 전해진다. 이 비가 그치면 더욱 선명하고 고운 단풍이 우리를 기다려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빗물 머금은 단풍이 더 깊은 색을 내듯, 이 비 뒤에는 태백의 더욱 아름다운 가을이 펼쳐질 것을 기대해 본다.
올해부터는 성묘를 가지 않기도 했다. 비가 내려서 포기한 것이 아니다. 벌초를 하면서 미리 예를 다하고 왔다. 조상을 모시는 것도 일상의 생활로 여겼던 조상님들 보기에는 죄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새로운 세대에 맞게 추석을 보내기도 했다. 추석에 모여 서로 안부 묻고 시장에서 부침, 전을 사 오니 집에서는 한가하다. 불판을 펴서 삼겹살로 친목을 다한다. 추석날이 되었다. 비가 여전히 내린다. 빗방울이 맺힌 나뭇잎이 보석처럼 빛난다. 안개 낀 산봉우리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비 내리는 풍경 속에서 고요함과 평온함을 느껴본다. 시끄러웠던 마음도 세상살이도 잠시 내려놓는다. 구문소농촌체험휴양마을에 왔다. 긴 연휴 동안 지내기 위해 오랫동안 숙소에 머무는 분들이 있다. 고향에 찾아와서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이용해서 보내는 분들도 있다.
주차장, 잔디밭, 카페 앞을 돌아본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본다. 위로와 사색을 해 보아도 좋다. 고향을 찾은 분들과 모두에게 따뜻한 시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어쩌면 이 비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오늘은 추석날이라 구문소 카페가 휴무이다. 비 오는 날 구문소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생각에 잠기는 시간, 이런 여유도 가을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10월 3일 개천절 태백산을 다녀왔다. 제천행사 천제를 보기 위함이다. 태백에 살고 있지만 태백산 등반을 자주 하지 못한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싶지 않다. 예전에는 일 년에 두 번은 다녀온 것 같다. 신년 초가 되면 해맞이을 하고 가을이 되면 천제 행사를 보기 위해 갔다. 지금은 일 년에 개천절 천제 행사 한번 가는것도 싶지 않다.
개천절 날이 밝아온다. 다리가 아프다고 긴장을 한 탓에 잠이 부족하다. 전날 기상예보가 좋지 않았다. 비라도 내린다면 힘든 산행이 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늦게 잠든 탓도 있다. 조용한 새벽시간 처마 끝에 물소리가 들린다. 주륵주륵 빗소리가 생각보다 크다. 문밖을 내다본다. 가랑비가 가늘게 내리기 시작하고 았다. 마음탓에 울림이 더 크게 느껴졌는가 싶다. 우비, 우산, 가벼운 외투도 챙겼다. 배낭에 담을 것은 없지만 등에 매고 가는 게 좋겠다. 간단히 생수만 챙겨서 태백산을 향한다.
태백산 등반로는 여러 곳이다. 가장 쉬운 코스는 유일사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오늘은 천제 행사로 등반객들과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당골광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선택했다. 당골광장에서 반재까지는 계곡이 이어져 있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면서 우거진 숲속에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 본다. 상쾌한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간간이 비가 내리지만 커다란 나뭇잎들이 비를 막아준다. 반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이제는 거친 숨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상쾌한 공기를 들어마시기도 힘들고 아무런 생각 없이 정상을 향해 가면 된다.
태백산 정상이 다가오면서 비가 굵어졌다. 비에 흠뻑 젖어 산에서 내려오는 하산객들도 마주친다. 태백산 정상에 바람이 심하고 비도 많이 온다고 한다. 비에 젖어 손이 얼어 버릴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지인을 만나기도 했다. 태백산 정상 아래에 망경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최고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일지도 모른다. 기도하는 분들은 태백산 망경사에 집처럼 다녀간다고 한다. 힘들지만 수행과 기도를 위해 가는 길은 힘들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태백산 정상을 앞두고 망경사에서 따뜻한 컵라면을 먹었다. 라면 국물 맛이 진국이다. 마지막 힘을 내서 태백산 정상을 가면 된다. 11시부터 천제를 시작한다.
하늘이 열리는 날 개천절이다. 전국적으로 행사를 한다. 태백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천제는 의미갸 깊다.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다산골짜기 계곡을 따라 안개가 몰려 올라온다. 천제단 앞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모두의 안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다.바람이 거세게 분다. 천제단 깃발이 날아 갈듯 하다. 고원 태백은 가을조차도 다른 곳보다 한 발짝 빠르게 찾아와 그 깊이를 더하고, 비도 그만큼 빨리 찾아와 깊은 가을의 정취를 더해 준다.
태백은 한때 탄광 도시였다. 광산이 모두 폐광되면서 탄광은 역사가 되었다. 역사의 현장을 태백산이 함께 했다. 태백산은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개천절 날 묵묵히 비를 맞고 서 있는 태백산처럼, 이 비 또한 이겨내고 지나가면 더 푸르고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