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되기 위해 완벽을 포기한다.

by 꿈꾸는 유니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과제 제출에 촌각을 다투던 버릇이 어째 ‘나 홀로 한 약속’마저 마감 30분 전을 달리고 있다. 미리 계획한 대로 목표한 바를 해내는 mbti J의 삶은 어떠한 것인가.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J인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께서는 여행하시기 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 단톡방에 공유하신다. 하지만 식당까지 일일이 알아보진 않으신다. 발길이 닿는 대로 가다가 맛집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으시다고 했다.

혼자 여행계획을 세웠던 날들이 더러 있었다. 모처럼 누리는 자유인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일어나서 몇 시에 취침할지 등 세세히 구상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놓고서는 계획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여행은 즐기지 못했다.

스무 살 후반은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확고히 잡아갈 때이다. 학부시절 때도 그러했지만, ”너는 나중에 뭐 하고 싶어? “라는 질문에 답하기란 참으로 애매하다. 당장은 이렇게 말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거니와, 딸기우유를 마시러 가도 초콜릿우유를 사 오는 사람인지라 결괏값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유명 배우 켄타로 사가구치는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꿈이나 목표를 너무 확고하게 가지면, 그 때문에 내 안의 길이 하나만 남을 것 같아요. 목표는 굳이 몰라도 된다는 성격이라서 그냥 모른 채로 돌아서, 여러 곳을 걸어보는 게 내가 걸어온 길이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꼭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돼. 이런 생각은 평소에는 잘하지 않는 편이에요 “라고 말했다. 목표를 정하면 왠지 그 길로 가야 하는 것 같아서 자유가 속박당하는 것 같다고.

짧게나마 시험을 준비하면서, 악몽 꾸는 날이 많았다. 잠을 자다가도 숨이 턱- 막혀서 눈을 뜨면 나 스스로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같은 루틴을 되풀이하는 건 안정감을 느끼도록 했지만, 하나의 목표에 몰두하는 일은 그 이상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여러 플랜을 세워두는 게 이상적이란 결론이 났다.

알고리즘이 내 머릿속 회로를 파악한 걸까. 김창옥 선생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영상이 떴다.

“삶은 우리의 계획대로 다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20-30% 정도의 문을 열어놓았으면 좋겠어요.”

김창옥 선생님께서는 맞바람을 비유해 한쪽 바람이 불어오면 맞은편에 나갈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바람의 길이 있어야 사람이 시원하다고. 인생도 시원해지려면, 내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안 될 때 반대편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역설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하여 열정이 넘쳤던 20대 초중반은 실패가 많다. 지나간 날들이 자양분이 되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느슨하게, 최선을 다해 살지 않기로 했다. J가 되고 싶은 나는 완벽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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