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은 체력이다

by 정글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

-카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은유.《쓰기의 말들》. 필사. 103.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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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머리로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굴리면 되는 줄 알았다. 써보니 알겠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노동이라는 걸.


은유 작가 책 《쓰기의 말들》을 103일째 필사하고 있다. 내일이면 책 한 권을 다 옮겨 적는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필사부터 한다. 30분이면 한 꼭지를 베껴 쓸 수 있다. 좋은 문장은 이미지로 저장해 둔다. 책 내용을 참고하여 글 한 편을 쓴다. 짧으면 3시간 길면 4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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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동안 엉덩이는 무겁고 손목은 뻐근하다. 어깨는 돌처럼 굳고 눈은 시리다. 중간중간 몸을 비틀고, 따뜻한 물로 눈을 마사지하며, 인공눈물을 넣는다.


글이 잘 풀릴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지만 아내와 다투거나 몸이 피곤한 날은 할 줄 쓰기도 버겁다. 그럴 땐 초콜릿을 먹고, 커피를 타 마신다. 때로는 휴대폰 쇼츠 영상에 빠져 허무하게 시간을 날리기도 한다.


필사하고 글을 쓰면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생각을 손으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다. 몸이 먼저 받쳐줘야 글이 나온다. 체력이 바닥나면 집중력은 떨어지고, 논리는 흐려지고, 결국 문장은 힘을 잃는다. 필력은 감각이나 재능이 아니라, 버티는 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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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쓰면서 손가락 관절이 아파서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해 손으로 쓰기도 했다. 손목 통증으로 2년을 쉬기도 했다. 은유 작가도 좀 무리해서 글을 쓰면 입안이 헐고 손가락 관절이 욱신거리고 뒷 목부터 어깨까지 상습적으로 뭉쳐있다고 했다. 이어령 작가는 마지막 책을 쓰면서 키보드 두드릴 힘이 없어 연필로 원고를 썼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건강하다. 올해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1시간만 지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달달한 군것질을 찾는다. 점심을 먹고 나면 의자에 앉은 채 꾸벅거린다. 생전 없던 아랫배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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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글쓰기 훈련만큼이나 몸을 단련하기로 했다. 헬스장에 개인 레슨을 받고, 푸시업 스커트로 틈틈이 몸을 움직인다. 아침은 두유, 달걀, 닭 가슴살, 잡곡밥으로 챙긴다. 숙면을 위해 암막 커튼도 달았다. 글이 막히면 억지로 화면만 바라보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걸으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쓸 거리가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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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은 체력이다. 체력이야말로 작가의 자산이다. 내 글을 오래, 멀리 데려갈 것이다. 위대한 작품 뒤에 위대한 건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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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희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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