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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모닥불과 독도 새우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어려운 시절일수록 관계가 사람을 살린다. 리더는 그 관계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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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박성철 과장 별장 잔디밭에서 직원들이 노래하며 춤추고 있다.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대나무가 별장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잔디밭 가운데 모닥불이 활활 타오른다. 모닥불과 달빛과 술에 붉게 물든 직원들의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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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모든 것을 막았다. 회식도, 모임도, 심지어 가벼운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다. 회사 과장, 실장, 팀장들과 함께 백신 2차 접종까지 빠르게 마친 후였다. 마스크 너머로만 보이는 직원들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숨 쉴 틈이 절실했다. 박성철 과장을 불러 방법을 찾던 중, 과장이 제안했다. "국장님, 제 별장에서 회식 어떨까요? 외진 곳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 가 본 적이 있어 그곳이라면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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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새우가 제철이었다. 독도새우를 주문했다. 과장. 실장. 팀장이 차를 나눠 타고 별장에 도착했다. 박성철 과장과 일부 팀장이 미리 와서 분주하게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추, 깻잎, 된장, 각종 장아찌가 정갈하게 놓인 식탁 옆에 독도새우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옆에는 오겹살이 도마 위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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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누운 독도새우가 주황빛으로 변하자, 김미애 팀장이 새우를 내게 건넸다. 김주용 과장이 "나는 안 주나!" 농담을 던지자, "과장님은 알아서 드세요."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모두 웃었다. 입에 한 입 넣었다. 담백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새우.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나를 위해 무알코올 맥주를 챙겨 왔다.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했다.


박성철 과장이 회식 시작을 알렸다. "자!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국장님께 힘 3번 주겠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발표자를 응원할 때 쓰던 멘트가 직원들에게 익숙해졌다. "정인구! 정인구! 정인구! 힘!"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했다. 회사 슬로건을 '가정과 일터를 즐겁게'로 정해서 그런지 '가정과 나의 행복'을 위한 건배사가 많았다. 발령받을 때부터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했던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직원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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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두 명이 주방으로 가더니 새우튀김을 구워왔다. 노랗게 튀겨진 새우튀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가 불러오고 술잔은 계속 돌았다. 평소 말이 없던 박성철 과장은 얼굴이 홍시처럼 빨개져 말이 많아졌다. 이 공간은 코로나 감옥에서 막 출소한 우리들만의 별천지였다. 마음껏 소리 질러도 대나무 소나무 숲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김주용 과장이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바람에 날려버린 희미한 인연이었나~" 안동역을 부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주위로 모여들었다. 나는 분위기를 더 띄우고 싶었다. 별장 뒤에서 장작과 불쏘시개를 가져다 잔디밭 중앙에 모닥불을 피웠다. "국장님 최고!" 환호성이 터졌다.


토닥토닥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로 모두 모였다. 오겹살과 새우 머리가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갔다. 아무도 방해받지 않은 우리들만의 공간.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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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갈 시간이 되자 모두 아쉬워했다. 별장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직원들의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저희가 운전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국장님 운전 맡기는 국은 우리 국밖에 없을 거예요!"

"술 안 먹는 놈이 운전이나 하지 뭐하노."


동석한 다섯 명 모두 웃었다. 달님도 웃으며 따라왔다.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관계의 가치가 빛난다. 그 모닥불처럼, 작은 불씨 하나가 모든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진짜 리더십은 사람들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주는 것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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