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관심 하나가 천 마디 지시보다 강하다. 사람이 먼저고, 성과는 그다음이다."
나는 팀장 때 본청 주간 경영회의 담당을 했다. 13개 과에서 올라오는 자료를 집계, 출력하여 청장과 국장 과장 3부를 출력해서 보고했다. 청장 주제하에 진행되는 회의가 끝나면 과장은 과원을 모아 청장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실적이 안 좋은 분야는 과장 질책이 이어졌다. 회의를 위한 회의였다. 이런 회의를 왜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13개 과에서는 주간 경영전략회의 작성하느라 수요일부터 준비했다. 과장의 결재가 떨어지기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과장은 어떻게 하면 청장에게 질책을 받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보고서 꾸미기에 바빴다. 실적이 안 좋은 분야는 대책 보고서를 만드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보고서는 월요일 아침 주간회의 직전에 수정하기도 했다. 내가 국장이 되면 주간 경영전략회의부터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월요일 아침, 국장실 문을 열자 레몬차 향이 났다. 테이블 위에는 지원과에서 미리 준비한 차가 자리마다 놓여 있었다. 각 과장과 실장, 팀장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모니터에는 주간 경영전략회의 자료가 띄워져 있다. 회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보고용 페이퍼를 출력하지 않았다. 회의 진행 방식도 나만의 방식으로 바꾸었다.
“자, 주말 잘 보냈습니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우리 감사 릴레이부터 시작합니다. 김 과장님부터 돌아가면서, 지난주에 감사했던 일이나 빅뉴스가 있으면 한 가지만 이야기해 주세요. 자, 김 과장님 힘 세 번!”
회의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름을 외쳤다.
“김 OO! 김 OO! 김 OO! 힘!”
회의실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김 과장이 잠시 멋쩍게 웃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난 주말에 장모님 생신이었는데,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던 조카들도 와서 즐거웠습니다......”
직원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물류실장이 “사모님한테 점수 많이 따셨겠네요”라며 응원해 줬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감사한 일을 나눴다. 집안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은 이야기, 주말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 직원들의 삶의 조각들이 하나씩 모였다. 회의실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보고 방식도 바꿨다. 종이로 잔뜩 출력해 오던 보고서를 없앴다. 모니터에 띄워진 자료를 보며 잘한 부분만 이야기하게 했다. 영업과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국장님, 보험 실적이 지난주 대비 231%나 올랐습니다. 이혜진 FC가 진성 물류 회사 단체보험을 가입시켰어요. 나중 격려해 주세요”
“와!”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자 모두가 함께 박수를 보탰다. 이렇게 회의가 끝나고 나면 직원들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점심시간에는 “점심시간 놀면 뭐하노?”라는 과정을 만들었다. 망고 보드/미리 캔버스 디자인 툴, 블로그/ 유튜브 활용법, PPT 보고서 만드는 법, 본깨적(본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 독서법 등을 함께 공부했다. 물류실장이 농담했다.
“국장님, 요즘 너무 많이 배워서 머리가 무거워 걷기 힘들어요.”
그 말에 회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후 3시가 되면 국장실 바로 앞에 있는 지원과 사무실로 나갔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직원들과 10분간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시큰둥했다. “일이 바쁜데 운동이라니……,” 눈치만 보던 직원들도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내가 깜빡 잊고 안 나오면 “국장님, 운동할 시간이에요!” 하고 먼저 불러내기까지 했다. 1층, 2층에 있던 직원들도 일부러 3층까지 올라와 운동에 참여했다.
내 어설픈 동작을 보며 한 여직원이 깔깔 웃었다.
“국장님, 그거 아니에요. 이렇게 움직여야죠!”
그녀는 뻣뻣한 내 몸동작을 흉내 내자 순간 폭소가 터졌다. 웃음소리와 함께 긴장이 풀렸고, 오후 업무에도 활기가 돌았다.
퇴근시각 오후 6시 5분 전부터 퇴근 준비를 하고 정각이 되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이 남아 있으면 직원들이 눈치 보며 퇴근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퇴근하자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정시에 퇴근했다. 처음 내 방식에 어색해하던 직원들이 차츰 익숙해져 갔다.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자 상부기관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장님, 우체국에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직원들 표정이 참 밝네요.”
나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이 말을 들을수록 확신하게 되었다.
"행복한 직장은 가정을 행복하게 하고, 행복한 가정은 다시 직장을 행복하게 만든다."
리더가 먼저 웃고, 리더가 먼저 변하면 조직도 변한다. 나는 직원들이 행복한 얼굴로 일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게시판에 걸려 있는 "가정과 일터를 즐겁게"라는 슬로건을 조용히 되뇌어 본다. 리더가 행복을 선택하면, 일터가 즐거워지고, 그 즐거움은 가정으로 번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내일 19화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