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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조직에 불평이 생기는 이유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인간은 정체되어 있을 때 가장 불행하다. 성장이 멈추는 순간, 불만족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반면,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할 때 자존감이 올라가고 조직전체가 활성화된다. "


이 국장!

먼저 우체국장 부임을 축하해. 30년이나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것도 대단한 데, 우체국 공무원 상위 0.1%에 해당하는 국장으로 승진한 건 정말 대단한 성취야. 지금은 이사, 업무 파악, 유관기관 인사, 관내 우체국 순시 등 한두 달이 후딱 지나갔겠지? 지금 그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숨 좀 돌려지면 이 글을 읽어 주면 좋겠어.


거리에서 공사 중단된 건물을 본 적 있지? 회사가 부도났거나 무슨 문제가 생겨서 짓다가 멈췄겠지. 이유야 어쨌든, 그런 건물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져. 그대로 두면 흉물로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더라고. 성장을 멈추면 마음속에 불평불만이 쌓이게 돼.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때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지만, 성장이 멈추면 무기력함과 지루함이 찾아오거든.


리더에게 있어서 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야.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직원들도 성장하게 되고 과정에서 일하는 보람과 삶의 의미도 찾게 되더라고. 자동적으로 조직 전체 분위기도 좋아지고 사업 실적도 좋아지는 걸 경험했어.


이 국장도 알겠지만 나는 불평불만 덩어리였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1985년 처음 공무원으로 임용됐을 때, 회계부서에 배치돼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열심히 일했어. 국장, 과장이 지시하는 건 밤을 새워서 했지. 모르는 일은 문서창고에 가서 먼지를 마시고 찾아 기어이 해결하곤 했었어. 그때 직속 상사 서무계장이 말했지. ”정 주사 넌 40살 되기 전에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겠다”라고.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면서 위에서 시키는 일만 마지못해 했어. 어느 순간부터 회사 다니는 게 재미없고 불만만 쌓이더라고. "왜 내 역량을 알아주지 않는지, 왜 항상 똑같은 일만 시키는지?" 그러다가 사무관(5급) 승진에 내리 4년을 탈락하자 회사와 상사를 원망하며 술로 세월을 보냈어.


돌이켜보니, 그때 나는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어. 전형적인 ‘복지부동’ 공무원이었던 거지. 55세가 되어서야 술을 끊고 독서, 자기 계발, 유튜브, 블로그 등 닥치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네. 그때 자네가 술 마시자고 전화 많이 했는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네


나는 국장으로 발령받는 곳마다 배운 내용을 직원들과 나눴어. 12권의 필독서를 선정해 매달 한 권씩 함께 읽고 토론하며 지식을 나눴지. 처음엔 불만스러워하던 직원들도 점차 변하더니,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했어.

배운 것을 서로 나누고, 업무에 접목하는 사례도 많았어. 한 예로, K 보험팀장은 고객과 상담 중에 우연히 그 고객도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됐대. 자연스럽게 책 내용으로 대화가 이어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계약까지 성사된 경우도 있었지. 이렇게 조직 전체 분위기가 좋아지니 실적은 자동적으로 올라가더라고. 직원들에게 실적 올리라고 독려할 필요도 없어졌어. 리더가 성장하면 직원들도 성장하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가 성장하게 되더라고.


이 국장!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할 건데 뭐 할 건지 준비는 되었는지 모르겠어. 퇴직하면 60세. 90살까지 살더라도 은퇴 후 30년은 더 살아야 돼. 나는 늦었지만 오십 중반이 되면서부터 준비한 덕분에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어. 아내는 '정리수납 업체'를 개업했고, 나는 '글센티브책쓰기 스쿨'을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내가 국장으로 근무할 때, 방문하는 손님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어. "이 우체국 직원들은 표정이 밝고 활력이 넘치는데 비결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었던 것은 바로 조직 전체가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 국장은 감사실에 오래 근무해서 잘 알겠지? 현업 우체국에 지도점검 출장 가보면 우체국 입구부터 직원들 표정이 밝은 우체국이 있는가 하면, 왠지 모르게 직원들 표정이 어둡고 분위기가 싸한 국도 있잖아. 업무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일을 잘못 처리했거나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은 국은 대부분 후자였던 걸 경험했을 거야.


결국 내가 성장을 멈추면 직원들도 성장을 멈추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가 성장을 멈추게 돼. 리더가 성장을 멈추는 날은 지도자임을 포기한 날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불평불만이 쌓여 결국 자신을 망치게 되더라고.

이 국장, 기억나? 실적만 죽으라고 독려하던 국장이 퇴직하던 날.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라며 술잔을 기울였던 때 말이야. 그때 우리 다짐했잖아. "절대 저런 국장이 되지 말자"라고.


이제 자네가 그 자리에 서 있어. 30년 넘게 쌓아온 경험과 실력, 무엇보다 후배들을 아끼는 따뜻한 마음까지 갖췄으니 충분히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야.


자네가 퇴직하는 그날, 직원들이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국장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리고 후임 국장이 "이런 훌륭한 국장님 뒤를 이어받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할 수 있도록.


퇴직하는 날, 내가 제일 큰 꽃다발을 들고 찾아갈게. 30년 지기 친구로서, 자네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선배로서 말이야. 자네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어! 다시 한번 국장 승진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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