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길을 이끄는 자가 아니라 길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나 지시가 아니라 섬김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명확한 원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만이 조직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
권위적 리더십의 한계
제가 우체국을 감독하는 지방청 영업부서에 근무할 때 일이다. 매주 월요일 9시. 청장 주관으로 간부들의 주간 경영전략회의가 열렸다. 어느 날, S 과장이 간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수첩을 책상에 탁 내팽개치며 말했다.
"야, 전부 집합!"
우리 과원들은 수첩과 필기구를 들고 회의 탁자에 앉았다. '아, 또 청장에게 한소리 들었구나!' 싶었다. 12명이 회의실 탁자에 앉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야, 씨~ㅂ 내가 맨날 청장한테 깨져야 되겠나? 왜 실적이 전국 8개 지방청 중 꼴찌야! 도대체 너희들 제대로 하는 게 뭐냐? 능력이 없으면 현업으로 나가든지!"
1시간 넘게 과장 훈시가 계속되었다. 직원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여기서 나섰다가는 된통 뒤집어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회의는 일방적인 과장 훈시로 끝나고 우리는 열심히 따라 적었다.
이후 매주 월요일 오전은 이런 형태 '회의'가 계속되었다. 그해 연말, 실적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전국 8개청 중 7위에 그쳤다. S 과장은 권위적인 사람으로 악명이 나 있었고, 많은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기를 꺼렸다.
원칙 없는 리더십의 비극
회계부서에 근무할 때 일이다. 어느 날, 40대로 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 4명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여기 P 계장이 누구입니까?"
우리 과원 23명은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일어나 P 계장과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P 계장이 손을 들자, 그들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주며 "긴급체포영장입니다."라고 말했다. 건장한 사내는 계장의 양손을 뒤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해 갔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P 계장이 아니라 우리 과 K 과장과 담당이 물품 납품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연루된 두 사람은 공직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이 두 경험을 통해 다짐했다. 만약 내가 리더가 된다면, 뚜렷한 운영 지침을 만들어 '내가 믿는 원칙에 따라 우체국을 운영하겠다'라고.
나만의 리더십 원칙, 복무 10조의 탄생
나는 국장으로 승진했다. 국장으로 부임한 첫날, <우체국장으로서 나의 복무 10조>를 만들었다.
1. 나는 국장으로서 국민, 직원,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찾아 우체국의 성장을 도울 것이며, 이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 나는 직원 개개인을 성별,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나이 등으로 차별하지 않으며, 승진이나 인사에 있어 공정하게 대우하고 인격 모독적인 언어나 행동을 하지 않겠다.
3. 나는 직원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판단 근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업무 이외의 시간을 존중하겠다.
4. 나는 내 직원들을 부당한 압력과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할 것이며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겠다.
5. 나는 청탁이나 뇌물 등의 부정한 이익을 얻지 않을 것이며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겠다.
6. 나는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계발을 통해 사업을 확대, 보전하며 직원들의 건강과 나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겠다.
7. 우체국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우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힘쓰겠다.
8. 나는 직원, 직원 가족,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경영자가 되겠다.
9. 나는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으며 범죄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
10. 나는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 정신으로 우체국과 직원을 섬기며 사업과 직원들의 성장과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원칙이 만든 조직 문화 변화
복무 10조를 액자로 만들어 국장실 벽면에 게시했다. 매일 아침 이 원칙들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이 원칙들이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국장실을 오가는 직원들도 복무 10조를 알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원칙들이 우체국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우체국은 활기차고 행복한 일터로 변모했다. 내가 근무하는 우체국에 방문하는 상부 직원이나 고객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 우체국 직원들, 표정이 밝고 친절해요. 우체국에 뭐 좋은 일 있나요?"
나는 우체국을 옮겨 가는 곳마다 복무 10조대로 근무했다. 고객 만족도 평가가 30% 이상 상승했고, 각종 사업 실적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명확한 원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조직을 변화시키고,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36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나 지시가 아니라 섬김과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성경에는 10계명이 있다. 회사에도 운영지침이 있다. 공무원에게도 있다. 첫 공무원이 임용될 때 선서를 한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 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하지만 선서 때 외에 한 번도 마음에 둔 적이 없다. 보면 마음에 새겨지고, 소리 내어 읽으면 뇌에 각인된다. 나의 복무 10조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바른길을 가게 하는 나침판이었고, 리더로서 핵심 가치였다.
어딜가나 가장 좋은 곳에는 포토라인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좋아한다. 언젠가 후배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만의 포토라인(복무 10조)을 만들어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 나은 우정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원칙이 있는 리더십만이 조직과 구성원 모두를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