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성장은 늘 불편함의 옷을 입고 온다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성장은 늘 불편함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사람들은 편안함 속에 머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삶은 우리를 고난과 역경이라는 불편한 자리로 밀어 넣는다. 인간은 본래 멈춰 있기보다 확장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딪히고 깨지면서 우리는 비로소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한다.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만든다. 편안할 때는 아무런 성장이 일어나지 않지만, 힘들고 불편한 바로 그 순간 나는 성장한다.


원하지 않는 우체국으로 발령

코로나가 한창이던 겨울, 퇴직을 1년 앞둔 인사 시즌이었다. "국장님 해운대우체국에 발령 난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예요?" 해운대 우체국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발령이 나 봐야 알지요.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마 전 본부 후배에게 이와 비슷한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닥칠 일을 생각지 못하고 발령이 난 것 같이 그 우체국 조직도를 보고 있었다.


오후 인사발령 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문과 달리 나는 엉뚱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노조와 전임 국장 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6개월간 국장 자리가 공석인 우체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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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 문서를 쥐고 있는 손이 떨렸다. 문서를 확 찍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인사부서 국장에게 전화해서 따져 물었다. 퇴직 마지막에 집 근처가 아니라 꼭 이런 곳으로 발령을 내야 했습니까? 돌아온 대답은 “노조 갈등으로 국장이 6개월 공석이라 청장님이 갈등 해결 적임자라고 해서 발령을 냈다고." 황당했다.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바탕 욕을 퍼붓고 수화기를 던지듯 끊었다. '국장은 물러가라!, 시위 현수막으로 얼룩진 우체국으로 나를 보내다니!. 공직 마지막을 편안한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던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근무하게 될 우체국 지원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국장님, 이삿짐 옮겨야 할 텐데 언제 차를 보낼까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사실 와서 도와주면 편한 걸 알지만,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내 승용차로 두 번에 걸쳐 이삿짐을 관사로 옮겼다.


코로나로 취임식을 할 수 없었다. PPT 30장 분량의 취임사를 작성했다. 이틀에 걸쳐 영상으로 편집했다. 유튜브로 영상을 만들어 전 직원에게 배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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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동력은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함을 이겨낸 용기였다.

발령받은 우체국에 도착하니 과장과 경비원이 나를 맞이했다. 국장실에는 '영전을 축하합니다'라는 리본이 달린 화분들이 가득했다. ‘영전’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혔다. 문을 닫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 우체국을 축복해 주시고,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눈을 뜨니 밝은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축하 화분 위를 비추고 있었다.


우체국 청사를 다니며 직원들에게 인사하러 다녔다. 마스크를 써서 표정을 하나하나 읽을 수 없지만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했다. 창구 직원들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고, 긴장된 목소리로 고객을 응대했다.


집배실에서는 100여 명의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분류하느라 바빴다. 바닥에는 소포우편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우편물 사이를 비집고 직원들 하나 둘 눈빛을 마주하려 애썼다. 국장이고 뭐고 관심 없고, 일하는 데 걸리 적 거린다는 분위기였다. 집배실을 나와 국장실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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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 분위기를 바꾸어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이미 다른 우체국에서 해 왔던 원칙을 적용했다. 권위적인 문화를 폐지, 대면보고를 생략, 회의 문화를 축제로, 집배원들과 '호프데이 간담회', 비정규직 아침특강, 독서경영, 자기 계발 문화 정착.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직원들이 점차 미소를 찾기 시작했다. 설 명절 소포 폭주기에는 집배실에 내려가 분류작업을 도왔다. '호프데이 간담회'를 통해 익숙한 얼굴이 많아 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배를 탄 동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객 민원은 감소하고 연간 보험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상부기관에서 목표 달성 축하 꽃다발이 왔을 때, 케이크를 자르며 함께 축하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건 아니다. 노조원을 동원해 전임 국장 물러나라고 시위했던 노조위원장이 우리 우체국 출신이었다. 각종 인사개입, 복무 개입 등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 수시로 갈등이 있었지만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노조 지부장실에 수시로 찾아가 차를 마시며 친해지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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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체국 분위기가 좋아졌다. 어둡고 긴장된 표정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창구에서는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집배실에서는 웃음소리가 피어났다. 본청 감사관이 정기감사를 나왔다. 입에 발린 소리인지 몰라도 "국장님이 온 후로 우체국이 안정되었다"라는 이야기가 했다. 청장도 간부 회의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우체국을 떠나는 날 직원들이 깜짝 영상을 준비했다. '국장님이 바꾼 우리 우체국'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1년간의 변화가 담겨 있었다. 직원들의 웃는 얼굴, 고객들의 감사 인사, 호프데이에서 집배원과 함께 건배하는 모습, 외부 유명 강사 초청 특강, 소포 폭주기에 함께 일하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직원들 모인 회의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강단에 섰다. 영상의 여운으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여직이 보였다.


고난과 역경 속에 피는 꽃이 아름답다.

공직 36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편안한 곳에 근무할 때는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힘들고 어려운 곳에 근무하며 이겨내는 과정에서 나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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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성장을 위하여 힘든 곳에 근무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런 곳으로 인사발령이 난다면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켜 더 큰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곳에서 근무할 때 나는 성장했고 표창은 물론 승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진흙 속에서 핀 꽃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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