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 기내에서 생긴 일

by 정글


부산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승무원이 앞에서 위급시 대처요령을 설명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내 앞 두 번째 줄에 타고 있던 아이였다. ‘동네에서도 듣기 힘든 울음소리를 여기서 듣네. 곧 그치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엄마는 아이를 안고 달래고 얼르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럴수록 아이 울음소리는 온 기내로 퍼져나갔다. 슬슬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승무원 두 명이 아이를 달래려 다가갔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속만 태웠다.


“가짜 젖꼭지라도 물려야지……”


내 뒤쪽에서 짜증 섞인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우는 아이 입을 막을 수도,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모처럼 긴 추석 연휴,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기내 좌석은 꽉 차있었다. 밀폐된 공간, 갑갑했다.

비행기가 이륙하려는 엔진 소리가 커질수록 울음소리도 따라 커졌다. 아이 울음소리 때문인지 이륙 시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감은 사라졌다.


어느새 비행기는 이륙했다. 엔진 소리는 조용해졌지만, 아이 울음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한동안 이어지던 울음소리는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엔진 소리도, 아이 울음소리도.

눈은 감고 잠을 청했다. 제주 공항 도착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덜커덩. 으잉잉~. 비행기가 제주 공항에 착륙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칸에서 짐을 내렸다. 입구 쪽을 향해 통로에 서 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앞쪽에서 울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 품에 안겨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민 채 나를 쳐다봤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오동통한 손을 나를 향해 흔들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비행기 소리에 놀랐는지, 밀폐된 공간이 무서웠는지, 많은 사람에게 겁을 먹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이유였든 아이에게는 죽을 것 같이 힘든 경험이었음에 틀림없다.


아이는 앞으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오늘’을 겪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를 향해 오동통한 손을 흔들며 활짝 웃던 그때를 기억하길 소망한다. 두렵고 죽을 것 같이 힘든 일도 결국 땅에 착륙하여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고난도 두려움도, 결국은 착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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