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쉼표, 오늘 다시 시작. 서퍼처럼! 아이처럼!

by 정글

제주 기온이 27도, 30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 날씨라 생각하고 긴 옷을 챙겨 왔는데 캐리어 배만 뽈록하게 만드는 꼴이 됐다. 더위 시킬 겸 경일해수욕장 해변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 가족들과 왔다.


파도가 하얀 물결을 일으키면 5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 겹으로 연달아 해변 모래사장으로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파도 높이가 5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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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차를 시키고 대기하는 중에 나는 모래사장으로 신발을 벗고 나갔다. 모래가 뜨거웠다. 바다로 달려 나가 발을 물에 담갔다. 발가락 사이로 올라오는 모래와 차가운 파도에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짭짭한 바닷바람을 폐 속 깊숙이 들이켰다.


서퍼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대한 파도를 앞에서 파도를 거슬려 멋지게 타는 서퍼들이 아니었다. 서핑보드를 배에 대고 양손으로 바닷물을 노를 젓듯 앞으로 나가다가 뒤집히기를 반복했다. 서핑보드 위에 서다가 바다에 빠지고, 간신히 보드 위에 섰다가 또 빠지고, 어렵게 보드 위에 올랐지만 채 2미터도 못 가서 물속으로 빠졌다. 빠졌다가 시도하고 빠졌다가 시도하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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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모래사장에는 막 서핑복을 입고 보드를 발목 하나에 묶으는 20대로 보이는 여인, 그 옆쪽에는 서핑복을 입고 나란히 서서. 강사에게 서핑교육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모래사장 한쪽에 세 살 배기쯤 보이는 여아와 엄마 아빠가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여아는 작은 손으로 모래를 들고 가다가 반쯤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이어 모래성 앞쪽으로 바다 쪽으로 길게 구덩이를 팠다. 분주하게 모래성을 쌓느라 종종걸음으로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연신 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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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내 모자가 훌러덩 날아갔다. 큰 파도가 해변으로 몰려왔다. 갑작스러운 큰 파도에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니 비명소리라기보다 웃음소리라는 표현이 맞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파도에 바지가 흠뻑 젖었다. 아이가 쌓은 모래성과 구덩이가 금세 파도에 쓸려나가 버렸다. 아이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이내 깔깔거렸다. 금세 예전처럼 큰 파도는 없어졌다. 아이는 깔깔대며 엄마 아빠와 다시 성을 쌓기 시작했다. 부부의 얼굴에는 근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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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털고 가족이 있는 카페로 왔다. 이미 차가 나와있었다. 젖은 옷을 보고 아내가 한마디 했다. 환갑이 지났는데 요즘 단것도 좋아하고 하는 짓이 꼭 어린애처럼 변해간다고......,


할 수만 있다면 어린 여아 시절로, 서핑을 즐기는 청춘 남녀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는 모래성을 쌓고 물에 쓸려가도 깔깔거리며 다시 쌓았다. 서퍼들은 연신 바닷물에 빠졌다가 다시 서기를 반복했다. 그들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사람들은 멋지게 쌓은 모래성을. 집채만 한 파도를 등지고 멋지게 파도 타는 서퍼들에게 환호한다. 하지만 파도에 빠졌다가 다시 시도하고 모래성이 무너져도 다시 쌓은 서퍼와 아이 표정 속에서 나는 행복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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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는 걸 알지만 종종 잊고 산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온 당신. 몸은 천근만근, 쌓인 업무에 벌써 지치는 기분일지 모른다. 아니 어떤 분은 추석 연휴 가족 친지 뒷바라지한다고 지옥이었을지 모른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모든 걸 훌훌 털고 오늘이라는 이 과정을 즐기자. 살아보니 승진도 성공도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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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부딪히고 넘어지고 실패해도, 화해하고 일어서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즐기는 게 지혜로운 삶이다. 나는 과정 속에 있는 나를 응원한다.


실패해야 비로소 시작이다. 오늘도 서퍼처럼!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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