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같은 사람

by 정글


우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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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어......, "

휴대폰 넘어 들리는 아내 목소리가 떨렸다. 통화음이 지지직거리고 주변이 시끄러웠다. 네이버 길 찾기 앱을 켜고, 주변 지하철역을 검색하고 오라며 하나씩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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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길치 중의 길치'다. 한 번 가본 길도, 여러 번 간 길도 종종 헤맨다. 평소 주로 차를 몰고 사무실로 오지만, 오늘은 주차비가 아깝다며 버스를 탔다고 했다. 앱으로 경로를 검색해 탔다는 데, 또 어딘가 잘못 내린 모양이다.


이런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아내는 늘 나를 당황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이다.



오전 11시.

오늘은 아내와 함께 '양재나비 독서포럼 800주년 축하 영상'을 촬영해야 했다. 아내가 도착하기 전에 대본을 검토하고, 배경과 조명을 세팅했다. AI로 오프닝 영상을 만들어 보며 준비를 마쳤다.


30분쯤 지났을까, 휴대폰 벨이 울렸다. 롯데백화점 앞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오고 있다는 전화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나는 우산을 들고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갔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곳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잘 아는 길인데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다 돌아오다 보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도 있다.


인생도 그렇다. 분명 알고 있었는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서울대 출신의 처형도 그랬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그분도 거액의 사기단에 걸려 오랜 기간 동안 힘들어했다.


얼마 전 동기 모임에서 S 국장이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고 했다. 아들을 사칭한 범인의 목소리에 속아 돈을 송금했다고 했다.



아내 역시 부동산 기획 사기범에게 거액을 날렸다. 지금 사는 아파트가 역세권이 아닌 산자락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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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럴 땐 그 사람을 질타하거나 나무라기보다 조용히 기다려주고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는 언젠가 그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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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인생길, 우산 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마나 더 살다 갈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살다가 길 소망한다.

'이웃의 가치 있는 성공과 행복을 돕는 사람.' 내 사명처럼.


집으로 오는 길.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아내가 팔짱을 껴고 내 몸에 바짝 붙었다. 내 한쪽 어깨가 다 젖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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