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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과 설렘 사이에서

by 정글


"자이언트 가장 큰 행사, 올해 첫 자이언트 작가 출간 기념회입니다. 장미연 작가 저자 특강이 있습니다. 시간 내어 함께 와서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잠실 교보문고에서 뵙겠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 이은대 작가가 교육 때마다 참석 권유했습니다. 망설여집니다. 부산에서 서울 잠실 교보까지 가려면 오고 가는 시간만 열 시간, 종일 소요됩니다. 더구나 2주에 한 번 있는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을 마치고 가려면 시간이 빠듯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회원들과 후기 모임도 참석하지 못합니다.


한편으로 그래, 올해 처음 하는 저자 특강인데 축하하러 가자. 그동안 줌으로만 만났던 작가들을 만나 동기부여를 받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SRT 앱에 접속했습니다. 웬걸, 부산에서 수서까지 특실까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수시로 들어갔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 이건 신이 가지 말라는 것이다. 꼭 가야만 동기부여를 받나? 장미연 작가 책을 읽고, 후기 올려주면 되지 않겠어? 차라리 왕복 교통비를 절약해 작가 신간 책을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결국 SRT 앱을 닫았습니다.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됫간 갔다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집집 했습니다. 목요일 다시 SRT 앱에 접속하여 다시 차표를 검색하니 입석이 있었습니다. 일단 결제를 했습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가기 싫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3시간을 서서 간다고? 오는 차표도 입석인데. 결국 환불을 했습니다.


환불 후 앉아서 갈 좌석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안 가겠다고 생각하며 수시로 접속을 했지만 모두가 입석밖에 없었습니다. 왠지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입석이라도 갈까? 종이를 꺼내 왜 가려고 하는지 이유를 적어봤습니다.


왜 저자 특강에 가려 하는가?

저자에게 힘을 주고 축하해 주기 위해.(생에 중요한 순간인데)

동료들(글 쓰는 작가)과 친해지고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싶어서.

집필하다 중단한 책을 쓰는 데 동기부여받고 싶어서.

올해 첫 저자 특강인데 스스로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들이를 통하여 나에게 보상하고 싶어서.

글쓰기 스승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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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새벽 4시 30분 일어나 오늘 토론할 독서자료를 정리했습니다. 6시 집을 나서 떡집에 가서 떡을 찾아 독서모임 장소에 갔습니다. 강준이 선배와 전 세 명 선배가 미리 와서 난방을 틀고 모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창립 때부터 늘 힘이 되어 주신 분들. 두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독서모임이 존속되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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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마치고 2차 후기 모임으로 가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입장이 아닌 책을 출간하여 사인회 하는 작가 입장을 생각해 봤습니다. 위에서 나열한 ‘왜 저자 특강에 가려 하는가’라는 생각이 얼마나 쪼잔한 생각인가 깨달았습니다.


‘입석이면 어때, 가자!’


독서모임 2차 후기 모임 회원들에게 함께 못해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바로 부산역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금방 마음이 망설임에서 설렘으로 바뀌었습니다. 열차시각이 임박했습니다. 비상 깜빡이를 넣고 전 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신호등을 위반하기도 했습니다. 겨우 5분 전, 가까스로 수서행 열차에 탈수 있었습니다.


입석은 처음 타 봅니다. 가는 도중 빈 좌석이 생길 줄 알았는 데 주말이라 그런지 꽉꽉찼습니다. 서서가는 내내 다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벌써 잠실 교보 문고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드디어 교보문고 도착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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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교보문고 사인회에 60여 명의 작가들을 만났습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장미연 작가님을 마음껏 축하해 주었습니다. 꽃다발과 선물이 풍성했습니다. 나도 세상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와서 축하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2차 뒤풀이 모임. 뒤로 빼거나 쭈빗쭈빗하지 않고 춤추며 노래하는 작가들을 보면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쳤습니다. ‘저분은 저럴 분이 아닌데. 역시 사람은 몰라. 저렇게 흥이 있다니! 작가들 민낯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수서에서 부산으로 오는 차는 다행히 일부 구간에서 앉아 올 수 있었습니다. 다리는 퉁퉁 부었지만 마음은 벌렁벌렁 벅차올랐습니다.


좋은 일을 축하하러 가는 데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내가 얼마나 쪼잔했던지!. 망설이다 포기하고 축하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마음이 꽉 찬 이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망설일 때 찝찝했던 그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겠지요.


오늘 밤 꿈나라에서 애드벌룬을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 높이 여행하는 꿈을 꿀 것 같습니다.

축하해 줄일 이나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망설임을 즉시 설렘으로 바꾸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축하하는 마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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