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다니는 동네 작은 도서관에 있다가 점심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간단한 칼국수로 때울 요량이었다. 웬걸, 3평 남짓한 칼국숫집 앞에 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비빔밥, 칼국수, 샤브 메뉴가 적힌 식당으로 들어갔다. 홀에는 두 사람이 식사하고 있었다.
"혼자세요? 혼자는 안 됩니다. 두 명 이상 되어야 합니다."
"아, 네~"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간 사람처럼 얼른 밖으로 나왔다. 기분이 퉁해졌다.
맞은편에 있는 돼지국밥집에 갔다. 불이 꺼져 있다. 오늘 정기 휴일이라는 팻말이 문 앞에 걸려있었다.
어제는 돌솥밥을 먹었다.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잡채, 계란, 김치, 부추 전 등 반찬이 10가지가 넘었다. 4인용 테이블 위에 가득했다. 반찬을 보고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 와서 미안합니다."
"아이고, 오시는 것만 해도 감사하지요."
가격이 13,000원. 오늘도 거기 가고 싶었지만 가격이 부담되고 미안한 마음에 포기했다.
하는 수없이 도서관에 와서 기다렸다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2시에 칼국숫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퇴직하고 나니 혼자 점심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내는 아내대로 바쁘다. 때로는 점심을 그냥 건너뛸까, 도시락을 싸와서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국장님, 점심 뭘 드시고 싶으세요!"
회사 다닐 때는 점심시간 한 시간 전, 직원이 와서 묻곤 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걸 먹으러 가면 되었다. 매일 물으러 오는 직원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앞으로 오지 말고 점심 메뉴 정하면 무조건 따라간다고 이야기했었다.
함께 점심 먹을 동료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이었는지 그때는 몰랐다
그저께는 카페에서 빵과 라테로 점심을 때웠다. 정오가 지났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대부분 회사 동료들인 것 같았다. 옆 테이블에 회사 마크가 있는 옷을 입은 남녀 7명이 앉았다.
"아씨~ 부장 그 xx는 왜 그런 걸 시킨대~ 우리 입장은 생각도 안 하나 봐..."
한동안 부장이 스트레스 푸는 샌드백이 되었다. 저 때가 참 좋았는데, 현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누리고 있던 것들, 가지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았다. 아침 필사하고 글을 쓰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침에 김종원 작가의 책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을 필사했다.
"생각하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쓰지 않고 지난 하루는 흩어져서,
인생에 없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을 나아지게 만들고 싶다면,
생각을 글로 써서 머리도 알게 하라.
글로 쓰는 사람만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 세상이라는 종이 위에 제대로 쓸 수 있다."
생각하지 않고 쓰지 않았다면, 소중했던 직장 생활, 동료와 함께 식사할 수 있었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시간이었는지 깨닫지 못한 채 오늘이라는 하루가 그저 흩어져 버렸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인지, 글을 쓰고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이지 깨닫는 아침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