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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나지 않지만 계속 걷는 당신의 글걸음을 응원합니다.

by 정글

윌리엄 진서는 "글쓰기는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글을 써도 당장은 티가 나지 않고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차이'가 생깁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죠. 글쓰기도, 운동도, 아기의 걷기 연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휴가라 부산에서 서산에 살고 있는 아들네 집에 왔습니다. 150일 지난 손녀가 보행기를 탔을 때, 다리를 쭉 뻗어야 겨우 바닥에 닿을까 말까 했습니다. 손녀는 쉬지 않고 계속 다리를 뻗었고, 제일 긴 두 번째 발가락이 바닥에 닿았습니다. 손녀는 두 번째 발가락이 빨갛게 달아오를 서려고 용을 썼습니다. 아내는 손녀가 발을 구를 때마다 "아이고 잘한다, 아이고 잘한다!" 하며 추임새를 넣었고, 손녀는 할머니 재롱(?)에 한번 씩 방긋 웃어주었습니다. 손녀 웃음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가끔씩 꽥꽥 소리를 지르고, 가끔씩 발 끝이 닿았습니다. 손녀는 이게 걷기 연습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압니다. 곧 걷게 될 거라는 것을요.


매주 목요일마다 듣는 한 시간 문장 수업. 이은대 작가는 수업 시작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거 듣는다고 글쓰기 실력이 바로 좋아질까요?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안 듣는 사람들은 이만큼 떨어지고, 듣는 사람은 조금씩 좋아지니까 그 차이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안 듣는 사람보다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매주 쌓이는 '작은 반복'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죠.


아내의 권유로 석 달 전부터 헬스장에서 PT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젊은 청년은 100킬로그램 바벨을 벤치에 누워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팔에는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고, 가슴 근육은 돌덩이처럼 울퉁불퉁했죠. 힘주어 바벨을 들어 올릴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목으로 흘러내렸습니다. 거친 숨소리, 안간힘을 쓰는 바벨을 들어 올리는 표정에 굳은 의지가 보였습니다.

부러워서 코치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은 언제부터 운동을 했어요?" 코치는 제가 여기 온 지 2년이 되었는데, 올 때도 하고 있었습니다. 한 5년은 되었으려나…….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왜 근육이 안 보이죠?"라는 저의 질문에 코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구 씨는 3개월 전보다 근육이 좋아졌어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바벨 무게를 점점 높이고 있고, 잘 해내고 있잖아요. 근육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요.


제가 해 본 일 중 글쓰기만큼 지루하고 하기 싫은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글을 쓰려면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리하고, 내가 뭘 쓰는지, 누구에게 쓰는지, 이것이 너무 진부하거나 횡설수설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글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글에도 살이 오르고 힘이 붙어 제법 읽을 만한 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은유 작가는 "하루 이틀 쓰나 안 쓰나 똑같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면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손녀가 쉬지 않고 보행기에서 발가락 끝으로 방바닥을 구르는 것, 매주 목요일 한 시간 문장 수업을 듣는 것, PT 코치의 동작을 따라 하며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 시간이 지나면 손녀는 걷게 될 것이고, 문장 수업을 계속 받으면 글 짓는 솜씨가 좋아질 것이며, PT 운동으로 팔뚝과 가슴에도 근육이 제법 생겨 보기 좋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쓰기만 합니다.

아침에 오늘 마음 다짐한 줄 쓰기

점심시간에 오늘 기분 한 줄 쓰기

저녁에 오늘 좋았던 일 3가지 쓰기


둘째, 매일 글 쓰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도구를 씁니다.

글쓰기 장소와 시간, 도구를 '고정'하면 뇌는 그 환경을 '글쓰기 모드'로 기억합니다.

아침 5시 30분, 주방 테이블, 노트북

점심 메모 앱, 식당 테이블, 스마트폰

저녁 자기 전, 침대 옆 램프 아래, 메모장

셋째, 글 쓰는 것을 보여주는 것, 공개는 강력한 동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여줘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독서모임 단톡방 등 누군가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면 책임감이 생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혼자 쓰면 흐지부지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보내면 멈출 수 없습니다.

SNS에 매일 짧은 문장 하나 올리기: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그걸로 충분하다"

블로그 챌린지 참여하거나, 1일 차 내가 좋아하는 시간, 2일 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 3일 차 최근 웃긴 일, 나만의 습관……, 등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그냥 올립니다.

필사한 글이나 책에서 읽은 좋은 문장을 쓰고, 내가 느낀 점 한두 줄 써서 단톡방에 올립니다.


결국 계속하게 만드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함께 할 때 더 오래갑니다.

시작: 하루 3줄, 5분만 쓰기

환경: 같은 시간, 장소, 도구 정하기

공개: SNS나 단체 카톡방에 올리기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글쓰기든, 운동이든, 아기의 첫걸음이든.

오늘도 한 걸음씩 걷는 당신의 글걸음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희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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