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국으로 가는 길엔 부사가 없다

by 정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


은유.《쓰기의 말들》. 필사. @75. P171.

1%EC%93%B0%EA%B8%B0%EC%9D%98%EB%A7%90%EB%93%A4_%EC%9D%80%EC%9C%A0_%EA%B8%80%EC%9D%84_%EC%96%B4%EB%96%BB%EA%B2%8C_%EC%8D%A8%EC%95%BC%ED%95%98%EB%8A%94%EC%A7%80_(28).jpg?type=w966
%EA%B3%A0%EB%9E%98%EC%82%AC%EB%83%A5_%EB%8F%8C%EC%95%84%EC%95%89%EC%95%98%EB%84%A4_(5).jpg?type=w966


부사를 자제하라는 말은 거의 모든 글쓰기 책 쓰기에서 강조한다. 스티브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부터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까지.

글쓰기 스승도 퇴고할 때는 반드시 부사부터 솎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글을 쓰고 퇴고한다. 왠지 문장에 힘이 없고 흐릿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꾸미려고 한 문장인데. 부사 때문이다. 부사는 양념 같은 존재다. 양념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을 해치듯, 글도 마찬가지다. 굳이 안 써도 된다는 말이다.

1514325.jpg?type=w966


부사를 왜 없애야 할까.


첫째, 문장이 힘을 잃는다.

"나는 매우 빠르게 달렸다." 이 문장은 '빠르게'라는 부사로 충분한데 '매우'를 추가해 힘을 준다. 매우를 추가하지 않아도 독자는 그냥 빠르게 달렸구나 생각한다. 동사를 쓰면 훨씬 더 강렬해진다.

"나는 질주했다." 부사를 없애고 동사를 사용하면 문장은 훨씬 간결하고 역동적으로 변한다.


둘째, 의미가 모호해진다.

"그녀는 정말 예쁜 옷을 입었다." '정말'이란 부사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독자는 '예쁘다'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 오히려 '얼마나 예쁘길래'라는 의문만 남긴다. 구체적인 묘사로 예쁘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녀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독자가 옷의 촉감과 색상을 상상하게 만든다. 구체적인 행동이나 묘사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1506410.jpg?type=w966


셋째, 문장이 늘어진다.

문장은 쉽고 짧게 쓰는 게 원칙이다. 독자는 시간이 없다. 길고 늘어진 글은 외면한다.

"그는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걸었다."

두 개의 부사로 늘어졌다. '슬픈 표정으로'만으로 그의 감정이 전달된다. '천천히' 보다 '터벅터벅'으로 바꾸면 생생한 느낌을 준다.

"그는 슬픈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이렇게 쓰면 글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이것도 길다 싶으면

"그는 슬픈 표정으로 걸었다."라고 해도 의미가 전달된다. 부사를 빼면 글이 단단해지고, 명확해진다.


초보 작가는 부사를 안 써야지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분량 채우기만으로도 힘들다. 초고 쓸 때는 마구마구 쓰고 퇴고할 때 솎아내면 된다.



부사 없애는 훈련법


첫째, 퇴고할 때 부사를 모두 찾아 동그라미 치기

글을 다 쓴 후에 부사를 찾는다. 너무, 매우, 정말, 꽤, 아주 등 감정을 강조하는 부사나, 조금씩, 천천히, 빠르게 등 행동을 꾸미는 부사를 모두 찾아 동그라미 친다.



둘째, 부사 대신 동사나 명사, 형용사로 바꾸어 본다.

동그라미 친 부사 대신 다른 단어로 바꾸어본다.

그녀는 매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앉아있었다.


셋째, 문장을 나눈다.

부사를 지우면 문장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문장을 나눈다.

그는 정말 피곤해서 결국 쓰러졌다. → 그는 피곤했다. 결국 쓰러졌다.



부사를 꼭 써야 하는 예외도 있다.


최상급을 쓸 때 가장 유용하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었다."

이 문장에서 '가장'을 빼면 의미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부사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시구처럼 말의 결을 살리고 뜻을 잡아 줄 때는 부사를 사용한다.(필사 본문)

"네가 누구든 얼마나 그립든", "침묵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나는 습관적으로 부사를 쓴다. 초고 쓸 때는 마구 쓰고 퇴고할 때 뽑아낸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 덮여있다"라는 스티븐 킹의 문장을 읽고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부러웠다. 부사를 제거하면 글(길)이 천국으로 변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에는 부사가 없다.


글쓰기의 핵심은 전달이다. 전달에 방해하는 요소는 과감하게 버리고 핵심만 남긴다. 새치 뽑듯 부사를 뽑아내는 연습을 지속하면 내 글이 명확하고 생동감 있게 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찾아 떠나는 <해방의 밤>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