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상팔자, 파이어!

신이 내린 상팔자는 없다. 내 상팔자는 내가 만든다.

by 오늘의 바다 보다

이건 N은행 과장에서 파이어족이 된 87년생 강군의 소소한 이야기다..



내가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 중 하나에 대해 얘기해 보자.


수능을 준비할 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나는 열심히 노력했다. 물론 아주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도 않았다. 학원도 일체 다니지 않았고, 취업준비를 위한 대학교 졸업 유예기간부터 용돈도 받지 않았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평범하고 착실했다.


그렇게 순탄하게 지방 소도시에서 부산으로 대학공부를 하러 갔고, 졸업하고는 은행에서 일했다.


은행업무는 돈을 많이 주는 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다. 적성에 맞지 않은 탓에 업무 이동을 하느라 새로 배우고 익히는 고통이 2년마다 있었다. 마침내 승진을 하고 본사에 갔다. 뭐 거기라고 파라다이스였겠냐. 밥벌이는 어디나 팍팍한 것을.


본사에서 일 년 반정도를 근무하고 조용하게 사직원을 내밀었다. 회사에 미련이 없는데 평소에 시끄럽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은행을 퇴사하고 파이어족이 된 이유가 뭐냐면... 이곳에 계속 있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팔자’ 일리 없어서다.


“하늘이 내린 상팔자”는 현실에 없다. 나의 팔자는 내 스스로 고쳐야 하는 법. 그렇다면 은행에서 계속 일한다면 어떤 팔자일까 생각해 보았다.


돈은 많이 벌지만 일을 겁나게 많이 하는 팔자인데, 내 기준에서 그건 상팔자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중박일까? 적성에 잘 맞는다면 상팔자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팔자를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그 팔자를 가능하게 한 회사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동안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이 하기 싫은 일을 평생 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빠졌고 지금은 놀고먹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절대적으로 가장 좋은 팔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다들 좋다고 하는 인생 말고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상팔자를 다시 정의해 보자는 이야기다.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밥을 먹고 놀다가 운동을 다녀왔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인테리어가 예쁜 스벅을 골라 찾아온 길이다.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도 맘 속으로 외친다.

아~ 이 상팔자! 내 돈 내산이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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