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다를 내 맘대로 소유하기, 동해시 두 달 살이

은퇴자의 거주지 정하기 3.

by 오늘의 바다 보다

사실, 이전에는 동해시라는 곳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가 동해시를 아느냐 물으면, 동해바다를 말하는 것이냐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어쩌다 이곳을 알게 되었고, 두 달이나 머물게 되었으며, 이내 여름의 색이나 맛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되었다. 처음 동해를 방문했을 때에는, 가족과 함께, 자그마한 호텔에 머물렀다. 이곳은 바다가 유독 파랗고 예쁜 곳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홀린 듯 바닷길을 따라 그냥 걸었고, 걷다가 발견한 한 예쁜 아파트의 이름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


그렇게 돌아와서 일상을 살다가,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어디든 원하는 곳에 먼저 살아보기로 결정한 후, 마음에 드는 아파트의 단기임대 매물이 등록되면 바로 알 수 있게 별표를 붙여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 본 아파트였다. 한섬해변을 지나 감추해변을 가는 길에 서있던 낮은 높이의 아늑한 아파트. 그렇게 바로 전화를 걸어 두 달을 계약했다.


바닷가 5분 거리, 오래된 구축아파트의 꼭대기 6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한여름에 땀을 빼며 오르내렸지만, 꼭대기 층이라 집안에서 바다 풍경이 넓고 강렬하게 보였기에 수고스럽다 여기지 않았다. 우리 집 베란다를 넘어 아파트 앞동의 지붕을 배경으로 펼쳐진 파아란 동해바다. 그 바다가 시간에 따라 주황색으로 또 빨간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검게 사라지고, 그 밤이 지나 다시금 떠오르는 광경을 반복해서 오롯이 보고 가슴에 새겼다.


동해시는 그야말로 숨겨진 진주 같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로 옆의 속초나 강릉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지녔지만,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문 곳. 주변 도시의 아파트는 외지인의 손길을 타서 가격이 연일 급등한다지만, 이곳은 그 반의 반으로도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바다뿐인가,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무릉계곡을 품은 산도들도 퍽이나 아름다운 곳. 그 사이사이에 적당한 기세로 자리 잡은 사람들의 거주지가 안정적이고 편안한 지역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이곳에서의 두 달은 나에게 꽉 채워 아래의 경험을 남겼다.


- 혼자 오롯이 매일의 바다를 마주하는 일.

-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내가 잠시 마련한 세계로 초대하는 일.

- 내 마음속 제2의 고향으로 저장해 두는 일.


내가 실제로 소유하지 못한 것을, 마음으로만 가졌다 치는 일은 자기 위안일 뿐이라 치부했건만, 어떠한 리스트의 저장은 실제로 나의 마음에 위안이 되고 또, 그 속에서 한 줌의 토양이 됨을 배웠다. 어느 날 모든 것이 힘겹고 나마저 싫어졌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모든 것을 새로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다. 젊은 날의 리셋을 위해, 혹은 지긋한 나이의 요양을 위해 나를 옮겨 놓을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여럿 마음에 새겨두자. 그냥 지도에 존재할 뿐이었던 지역이 다가와 이내 나의 미래 계획이 된다. 값을 주고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가등기를 쳐 놓은 것 같은 이 든든함은 평소에는 자칭 이성적인 투자자인 나로서는 이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게 나는 거주지를 정하기 위한 유랑에서 아주 조금씩 불안했던 마음을 땅에 풀어놓았다. 이 동해시도, 좋아요 저장 구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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