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뚜껑이 열리는 건
안전하게 잘 살고 있는 거야!

괜찮아 잘 살고 있는 거야~ 뚜껑을 찾아 닫으면 되지.

by 유월 토끼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는 것이 무언가 큰 일을 해내기 위해 견뎌내고 이겨내는 듯한

기분으로 생활하는 요즘입니다.



낯선 갱년기 초기 증상을 만나 적응의 시간을 보내면서,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서있고, 알레르기가 올라와 가렵고 불편하다며 칭얼거리는 남편이 껌딱지 마냥 붙어 딱 붙어

따라다닙니다. 여기까지는 맞짱 뜨는 마음으로 전투를 치르고 해결가능한 정도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급으로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들이 큰 변수입니다.

중2병을 정리하지 못하고 히스테리성 짜증과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해 3일 만에 발목에

문제가 생겨 깁스를 하고 양쪽 팔에 단단히 끼운 목발에 의지해 간호를 받겠다고 직장도 안 가고

침대에 들어 누워 컴퓨터와 폰만을 고사리 같은 두 손아귀로 감싸고 있는 25세의 딸과 함께 있습니다.

올 2월 말 해병대를 제대한 22세 아들은 군에서 의무적으로 모아준 귀한 종잣돈을 친구들과 2번의

여행, 그리고 오버워치등 각종 게임에서 더 많은 승리로 큰 기쁨을 맛보기 위해 컴퓨터 사향을 업시킬

수 있는 본체와 몇 가지 주변기기들을 구매하고 딱 1백만 원을 통장에 남겼다고 진실을 당당하게

털어놓더군요.

"복학을 위해 7월 말 학교 옆으로 자취를 시작하게 되니 목돈이 들 텐데~" 작은 목소리로 콧김 지나가듯

흘려보내보고 돌아서 더운데 옆에 따라다니냐는 핑계로 남편을 흘겨보다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평소

사용하지 않던 뾰족하고 살벌한 단어들을 급하게 불러내 모조리 쏟아내 저만치 떨어진 곳에 놓아버렸습니다.

위대한 해병의 생활 속에서 꽉틀어 쥐었던 소비를 제대하자마자 풀어버리고, 모아 온 적금을 몽땅 써버린

아들이 날린 뒤통의 통증이 저의 편도체의 활성화를 적극 도왔고 꾹꾹 눌러 놓았던 분노와 흑화 된 이드의

모습이 등장한 것이죠.


하루 12번씩 오장육부의 일부가 뒤틀리고, 미간 사이에 모여있는 거칠고 무서운 단어들이 회오리를

만들어 꽈리 틀고 앉아 쏟아져 나올 틈을 노리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순간들을 만나고 있는 요즘!

요가 시간 강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호흡과 육체의 가동범위를 점검하고 수련하며, 명상의 단계를

쌓아가는 저는 가식적인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 죄책감 마저 드는 것이 저를 더 갱년기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주 2회 자연스럽게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호두과자 포장박스를 접으며,

할머니사장님의 일을 돕는 알바로 비상금을 만드는 재미로 지내고 있었답니다.

(계산이 빠르고 고객응대에 특별한 재주를 가지신 사장님은 포스기에서 결제 취소와 수정을 하실 수

없어 저의 도움을 살며시 받고 계십니다.)

차라리 밖에서 일에 몰입하고, 편도체에 불화살을 쏘아 되는 위의 그들을 자주 만나지 않는 것이

저와 그들의 일상의 안녕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가능한 밖에서의 일을 더 늘여

가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가끔 절에 계시는 스님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왜일까요?

제가 뭘 몰라서 그런 거겠죠. 아주 가끔 산책 삼아 찾아가는 숲 속 그림 같은 풍경과 함께 눈과 귀와

마음까지 정화시켜 내는 새소리, 목탁소리, 스님의 염불소리, 들리지 않지만 간절한 기도 소리, 그리고

혼자 있는 모습마저 특별해 보이고, 도의 경지에서 마음의 평안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이 개인의 수련으로

단단하게 지켜가고 계시는 듯한 스님의 헤어스타일.


참을 수 없는 순간엔 뚜껑을 열어젖히고 열을 식히는 것이 나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모두에게 크게 상처되지 않는 괜찮은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해도 날아가 버린 뚜껑을 찾아 제자리에 잘 덮어 놓고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편의 희생으로 뚜껑을 찾아 덮은 나는 내일 가식이 아닌 진심과 정성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나마스떼~ 나의 속도에 맞는 호흡을 찾아가며 잠시 마음속의 나를 만나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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