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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A Apr 05. 2018

결혼식에서 볼 수 있는 프로들

프로는 뭘 해도 다르다 


저는 결혼식에 가면 사회자와 사진 작가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둘 다 제가 해봤고 앞으로도 또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잘 하는 사람에게선 배움을 얻고 못하는 사람을 보고는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죠.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예식장에서 제공하는 진행 순서만 보고 그대로 읽는 사회자가 있는 반면, 진작에 순서를 완벽히 숙지하고 신랑 신부뿐 아니라 가족들 특이사항을 점검하며 동선까지 꼼꼼히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순서가 꼬이거나 동영상이 제때 나오지 않거나 마이크에 문제가 생겨도 크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주례사가 끝나자마자 책읽듯 "네 다음 순서로는…" 하고, 후자는 주례사를 실시간으로 메모했다가 "훌륭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XXXX 하라' 라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앞날을 밝혀줄 좋은 메세지가 될거라 믿습니다. 수고해주신 주례 선생님께 다시 한 번 큰 수 부탁드립니다. 네 다음은…"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 결혼식 사회자의 가장 큰 과제는 혼주 세대의 어른과 신랑 신부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중간라인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어른들을 의식해 너무 예의만 차리다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진행이 되고 젊은이들 위주로 재미만 찾다보면 성스러운 예식이 너무 산만해져 어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비율로 설명하자면 어른 65 젊은이 35 정도에 맞추는 게 적당한 것 같아요. 젊은이들은 식 끝나고 지들끼리 실컷 놀면 됩니다. 

단체사진 찍을 때도 프로는 다릅니다. 
"자, 신랑측 이 쪽으로 서 주시구요, 신부측은 여기… 키 크신 분들 뒤쪽에 서 주세요. 자 촬영하겠습니다. 활짝 웃어주세요" 하고 기계적으로 찍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이 나서 "자 오늘이 어떤 날입니까! 다시는,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세상에 한 번밖에 없는 아름다운 날. 아, 가끔, 다른 예식장에서 따로 다시 만나는 신랑 신부가 있긴 합니다만… (하하하) 배고프시죠? 얼른 끝내겠습니다. 자 신랑측은 여기, 신부측은 신부님 뒤쪽으로 서 주시구요, 
자 촬영하겠습니다. 따라해주세요 
"개새끼~~" 자 다시 한 번, 
"개구리 뒷다리~~~" 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잘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직접적으로 '웃어라'하는 주문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웃겨주지. 

예식장, 신혼여행지, 드레스, 메이크업 다 중요하지만 사회자, 포토그래퍼를 간과 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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