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iles away, From mountains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을 지나, 펑펑 눈 내리는 겨울까지 —
마음이 시렸던 그 시절,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준 산마을 친구들과의 추억은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간직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어느 날, 헨더슨빌에서 엽서가 도착했어요.
짧은 안부와 손 글씨 몇 줄,
그 속에는 수천 마일을 건너온 마음의 온기가 담겨 있었지요.
몇 달 뒤에는 산마을 학교에서 아이의 이어북이 왔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질 때쯤엔 카드와 헨더슨빌 스티커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서프라이즈!—묵직한 선물 꾸러미가 도착했습니다.
매번 얼마나 벅차던지,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닿아 있다는 걸,
그들은 그 따뜻한 손길로 알려주었어요.
아!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같을 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 어린 왕자
고마웠던 이들에게 마음을 전할 때 여러 방법이 있지요.
저는 그리운 이름을 새겨보았습니다.
완성되는 동안 떠올릴 추억이 산더미네요.
그 시절을 함께 한 아름다운 시절 인연들.
우리 인생 여정에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고
앞날을 축복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영어 튜터 클라우디어쌤과 함께했던
매주 화요일, 목요일 레슨이
얼마나 유익했고, 뜻깊었는지
그때는 어렴풋하게만 알았어요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니?
매일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다섯 가지를 적어보렴
우리는 열심히 배우려 했고,
선생님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지요.
당신을 통해서 미국을 배우고,
우리를 통해서 한국을 배우고,
서로의 나라를 알게 되었습니다.
“비공식 외교 사절단” 같았던 그 시간,
마음속에 늘 작은 태극기를 품고 살았던 날들이었네요.
플랫락 파크의 산책 동지 데이브 아저씨,
지금은 서로의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만나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영어를 잊어버리지 말라며
흔쾌히 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쳐 주셨던 데이브 아저씨에게 감사함을 전해요.
그리고 플랫락 파크에서 만났던 천사이자
우리 가족의 은인이셨던, MS & MR Camp.
기어코 우리 가족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으신 뒤로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과 따뜻한 정을 우리가 귀국하는 날까지 한 아름 나누어주셨지요.
애런과 애런맘, 벨린다.
아이들은 축구로 하나가 되었고
사커맘이자 푸디 엄마들은 음식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푸근한 벨린다가 동네 축구 클럽을 소개해 준 뒤로
우리 가족은 작은 마을 속으로 들어갔어요.
멕시코 출신인 벨린다와
멕시코 음식점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는데요
언젠가 그곳의 유일한 한국 음식점에서
데이트할 날이 다시 오겠지요?
낯선 곳에서 당신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다니 기적입니다.
푸근한 벨린다의 미소를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서 고심 끝에 우리나라의 전통 한복과 복주머니 엽서를 골랐습니다.
다만 너무너무너무 미니 사이즈;;;;입니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코치 펠리시아.
처음 만났을 때 슈퍼모델인 줄 알았어요.
배구 선수를 했다고 해서 또 놀람.
도도할 것 같은데, 세상 스윗해서 더 놀람.
차가운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모습이 어찌나 순진하고 귀엽던지,
당신을 만날 때마다 웃게 하고 싶었어요.
당신과의 마지막 날.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당신의 고운 얼굴이 생각나요.
당신의 환대에 늘 감사했어요.
다음 만남에는 공원 세 바퀴 함께 뛰기로 했던 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올해 우리 우리 설날에 이렇게 쪼르르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미국으로 보내는 소액 국제 우편 서비스에도 관세를 부가한다고 합니다
국제 정세가 우정을 나누는데 걸림돌이 되네요.
미처 보내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서프라이즈 하기로 하고 대신 그리운 그 이름 불러봅니다.
구름 시스터 제시카, 멕시코 요리 전도사 호비타, 최고의 이웃 제시카, 동갑 친구 리지아, 다정한 니콜 선생님, 베스트 베이커 마이크 아저씨, 자선가 미아 아주머니와 레이 아저씨, 영어 선생님 쿠퍼 형, 마를린 할머니, 진짜 싸나이 제프 선생님,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 전문가 케이디언.
모두 안녕하지요? 우리도 안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