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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디너 테이블

커뮤니티 자원봉사

by Bein

“No one should be alone on Christmas Day.”

이보다 더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헨더슨빌에서는 The Bounty of Bethlehem의 크리스마스 디너 행사가 열렸다.

무려 40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지역의 전통이다.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12시 30분부터 5시까지,

이 지역에 사는 누구든 찾아와 따뜻한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

이 다정한 행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음식과 물품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마련되고,

행사 준비와 진행 역시 전부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행사 열흘 전, 온라인에 ‘Volunteer Sign-up’ 공지가 올라왔고 우리 가족도 주저 없이 이름을 올렸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행사 준비 첫날,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함께 일을 맡게 된 워렌(Warren)이라는 청년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직장도, 사는 곳도 헨더슨빌에서 한 시간 거리의 그린빌에 있었지만 굳이 이곳으로 와 열흘 동안 자원봉사를 한다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W: “그린빌은 젊고 활기찬 도시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기회가 잘 없어요.

헨더슨빌의 친밀한 분위기가 좋아서 일부러 행사 첫날부터 마무리 기간까지 자원봉사를 신청했어요.”


B: “왜 그렇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거예요?”

W: “하다 보니까 더 하고 싶어 졌어요.

사실 네 아들들 또래였을 땐 하루 종일 게임만 했는데,

하면 할수록 더 외롭고 고립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잠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W: “한 가지 더!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발렌티어를 해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훨씬 즐겁거든요.”

그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결국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되찾고 싶어서

이 다정한 봉사자들이 모인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오래전, 크리스마스 시기에 텍사스 휴스턴의 한 너싱홈에서 봉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추억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았기에 내 아이들도 그런 경험을 느껴보길 바랐다.

사실 그때도 초보 이방인이었고, 나 스스로 많이 외로웠지만,

봉사하며 사람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들의 웃음이 나를 위로했다.


아마 이번에도 그때처럼, 사람들과 부딪히며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헨더슨빌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지역을 더 알고 싶고, 이곳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 마음이 나를 다시 이곳에 이끌게 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는 마음 시린 사람이 없게 해 주세요.”

sticker sticker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점심은 Salvation Army에서 열린 Bounty of Bethlehem 행사에서,

저녁은 마음 넓은 경애 아주머니의 집에서,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다시 봉사 현장에서 보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했다.

‘주는 일’이 선물의 교환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그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었다.


비가 내렸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미소와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의 진짜 마법은 연결되고, 사랑을 나누는 데 있다.”


Susie, Warren, Tara, 그리고 BJ —

당신들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Happy and Merry Christmas to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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