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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Long, Hendersonville

이민 가방이 준 교훈

by Bein

정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그날.

매 순간이 마지막처럼 느껴졌다.

한순간은 웃음이 터졌다가,

다음 순간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미국으로 떠날 때,

이민 가방에 걱정과 생존의 무게를 가득 담아갔었다.

언어의 벽, 문화의 차이, 아이들의 적응,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워서

살아남기 위한 짐만 챙겼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가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 안에는 우정, 사랑, 감사,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추억이 들어 있었다.

가벼워진 것은 짐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헨더슨빌은 단순한 마을이 아니었다.

그곳은 하나의 감정이었고,

웃음과 사색이 교차하던 인생의 한 장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부터 가장 행복했던 순간까지,

그 모든 시간이 내게는 보석 같은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매일 웃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늘 조용히 울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이들은

내 웃음 속에 스며 있던 깊은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움은 때때로

눈물보다 부드럽고,

말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더욱 열심히 살았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려 했다.

그게 나에게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약속이었다.



짐을 싸던 날,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카메라를 들면서도 차마 마지막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인사를 다 하지 못한 사람들.

하지만 마음속에는 그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많이 그리울 거예요. 정말 많이요.

고마웠어요. 정다운 사람들.


떠나온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곳의 냄새와 바람을 기억한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

헨더슨빌의 파란 하늘과 구름이 겹쳐 보인다.


“So long, Hendersonville.

Thank you for teaching me how to live in the moment.”


그곳에서 배운 건

‘미래를 준비하는 법’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법’이었다.


- 작가의 말 -

이민 가방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결심’이 담긴 하나의 상징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오래된 이민 가방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오래전 헨더슨빌의 냄새가 스며 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이민 가방 깊숙한 곳에는
그때 미처 다 풀지 못했던 감정들이
고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며 다시 접었습니다.
두려움은 용기로,
상실은 그리움으로,
그리움은 감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인생은 삽질의 연속입니다.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웃고 단단해지며,
가끔 읽고 어쩌다 글을 쓰며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헨더슨빌』도 그런 삽질 끝에 남은
시절의 한 조각입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틈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음 여행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땐 처음처럼 가방을 걱정과 준비물로 가득 채우진 않겠습니다.
생존의 짐 대신, 하루하루의 순간을 성실히 넣고,
불필요한 우려와 두려움은 꺼내 두겠습니다.

돌아올 때 중요한 건
얼마나 무거운 가방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마음이 남았는가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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